14일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실손비서 도입 토론회
의료계 “심평원 아닌 민간 기업에 중계기관 맡겨야”
보험업계 “비용·효율성 등 다방면에서 심평원 우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해왔던 의료계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10년 넘도록 묵혔던 숙제가 해결될 실마리가 풀렸다. 다만 정보 중계기관을 어디로 할 것인지를 놓고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팽팽한 갈등을 이어갔다. 양측 논쟁 도마에 오른 대상은 바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실손비서 도입 토론회’에서 학계와 보험업계, 의료계, 법조계, 금융당국 등 각계 전문가들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놓고 각자의 의견을 내놨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전산으로 보험사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관련 내용이 포함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계 반발로 인해 10년 이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의료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찬성했지만…“심평원 아닌 민간기업 통해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의료계 입장을 밝히면서 해묵은 논쟁이 해결될 가능성이 열렸다. 그는 “환자들이 받아야 할 돈을 받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며 청구 전산화에 찬성을 표했다.
다만 김종민 이사는 공공기관, 특히 심평원을 정보 중계기관으로 지정해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자료를 전송하도록 하는 ‘강제적인 법안’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미 민간 기업에 청구 전산화를 위한 라인이 구축돼있다는 게 일차적인 이유다.
그는 심평원의 전용선인 KT-EDI는 이미 시장에서 사장된 기술로, 대다수의 의료기관은 전용선이 아닌 인터넷을 이용해 진료비를 청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청구 전산화를 제공하는 민간 핀테크 기업들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이사는 “청구 전산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의 처리 건수는 전체 청구 건수에 비해서 미미해보이지만 올해 들어 매 분기 급격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며 “핀테크 업체는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그 정보가 지나갈 길만 제공함으로써 보안과 관련한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심평원의 보안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이사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이 5개월간 10개 보험사에 건강정보 685만건을 공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특히 한 보험사는 고작 300만원으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치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심평원에서 보험사 영업이익 개선을 위해 자료를 내놓은 것”이라며 “심평원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특히 정보의 저장이 가능한 청구 간소화는 향후 보험료 인상과 비급여 통제 등 국민과 환자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편의성과 안정성, 지속성 등 여러 측면에서 심평원이 우위”
반면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개인정보 보호 △편의성 △안정성 △지속성 △비용 효과적 측면 등 5가지 이유를 들어 심평원이 중계기관 역할을 맡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현재 민간 중계업체가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지만, 갑자기 그만둘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지속성 측면에서 약한 부분이 있다”며 “또 한 해에 약 5000개의 요양기관이 새로 생기거나 파악되는데, 이런 정보를 가장 잘 아는 곳도 심평원”이라며 이유를 밝혔다.
또 “민간 ICT 업체의 노력에도 제휴 병원은 전체 의료기관 9만9000개 중 극히 일부 대형병원에 한정됐고, 약 2만3000개에 달하는 약국과는 아직 제휴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며 “전체 요양기관이 아닌 일부만 참여할 경우 소비자의 불편함은 지속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역시 심평원이 정보 중계기관을 맡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 역시 효율성과 편리성, 신뢰성, 비용적 측면 등에서 민간 기업보다 심평원이 더 유리한 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다만 의료계와 민간 기업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게 신 변호사 입장이다. 그는 “심평원이 청구 전산화와 관련한 정보를 저장·이용하지 못하도록 법률에 명시하고, 추후 이런 법률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보험업계가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심평원의 정보 중계기관 지정으로 관련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될 민간 기업들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험업계에서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피해보전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당정 “의료계 찬성에 감사…합의 더욱 진전되도록 노력할 것”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찬성 의견을 내비친 의료계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향후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협의 과정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과장은 “그동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찬반을 두고 의견이 갈렸었는데, 이날 의료계에서 찬성 입장을 밝혀서 너무 감사하다”며 “의료계에서 찬성한 만큼, 보험업계도 중계기관과 관련해 다시 검토하고 협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각계 의견을 취합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촉진하겠다고도 했다. 금융위는 정부 내 구성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별개로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만나서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역시 금융위와 보건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 의협 추천 소비자단체, 금융위 추천 소비자단체,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헙협회가 참여하는 ‘8자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개선하자고 제언했다.
윤창현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금융행정 최고의 혁신과제”라며 “협의체의 합의 내용을 의회가 받아들여 법안으로 내는 방식의 전환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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