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흔들리는 우리금융그룹 수장…관치금융 되살아나나

시간 입력 2022-11-18 07:00:01 시간 수정 2022-11-17 17: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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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 활동 차원서 이사회 압박
미궁에 빠진 우리금융 차기 인선…연임 여부 안개 속


그간 완전 민영화 달성과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따른 실적 증대 등의 경영 성과로 연임이 확실시 됐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거취가 정치권 외풍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금융사 지배구조를 압박하는 금융당국의 입김에 신(新) 관치금융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 우리금융그룹, 늦어도 내년 2월 초 차기 인선 논의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2023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손태승 회장의 차기 인선을 위해 내년 2월 초 경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할 전망이다. 이는 우리금융의 규정상 정기주주총회 소집결의 발표 30일 전 지주사 대표이사 추천에 관한 이사회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데 따른 것이다.

통상적으로 3월 말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우리금융의 경우 뉴욕증권거래소에 주식이 상장된 만큼 주총 21일 전 소집결의를 공시해야한다. 올 초의 경우에도 3월 25일 개최하는 주주총회 일시를 21일 앞선 4일에 발표했다.

여기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중징계’ 불복 소송 여부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 같은 전망은 더욱 힘이 실린다. 행정소송은 제재 통보일로부터 90일 이내에만 진행하면 되므로 마감 시한은 내년 2월 9일까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정례회의를 통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 제재를 확정했다.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된다.

손 회장 입장에서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라임 사태까지 금융당국과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앞선 DLF 징계 취소 소송의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여 소 제기 일자는 최대한 늦춰질 것으로 예측된다.

손 회장은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DLF 손실과 관련한 징계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승소 판결을 받았다. 현재는 금감원 측의 상고에 따라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이에 임원추천위원회 진행은 아무리 일러도 1월 말 경이 될 전망이다.

◇ 금융사 지배구조 뒤흔드는 신(新) 관치금융 우려 잇따라

문제는 신 관치금융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금융당국이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직간접적으로 제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가 중징계 처분으로 또 하나의 사법리스크를 안고 가게 만든 데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4일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 활동 차원에서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에게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극 당부했다.

회장 임기 만료에 따라 차기 인선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금감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도 손 회장을 향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소송을 제지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당국과 금융사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시점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지주사의 수장 선임 문제에 당국이 공개적으로 개입하며 압박하고 있다는 점은 이사진들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CEO의 연임을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피감기관인 금융사가 자칫 감독당국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손 회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이사진이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인물로 구성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 어느 때 보다 의견을 한데 모으기 어렵게 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현재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 소속 위원은 3% 이상의 우리금융 지분을 보유한 과점주주의 추천 인사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세부적으로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이하 추천)를 위원장으로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한화생명)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키움증권) △윤인섭 한국기업평가대표(푸본현대생명)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한국투자증권) △신요한 전 신영증권 대표(유진PE)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등 사외이사 7명이 자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안팎에서 관치금융이라는 논란이 잇따르고 있더라도 우리금융 이사진은 한동안 CEO 인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차기 회장직을 둔 하마평이 무성한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압축되는 롱리스트와 숏리스트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 완전 민영화 달성·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경영성과, 연임 요인 충분

당국의 압박에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데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직을 둔 하마평이 무성한 형국이지만 일각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 요인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손 회장이 라임 사태 중징계 처분과 관련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경우 징계 효력도 일시 중단되는 만큼 연임을 강행하는 것은 사실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역임하던 지난 2019년 우리금융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출범 초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본격적인 지주사 행태의 운영을 위해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분리한 2020년부터는 지주 회장직만 수행하고 있다.

지주 출범부터 수장의 역할로 우리금융을 이끌어온 손 회장은 지난 4개년간 괄목할 만한 실적 증대를 이뤄냈다.

2019년 출범 초기 1조8716억원 수준이었던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말 2조5879억원까지 늘어나며 출범 2년 만에 38.3%의 순익 증가율을 보였다. 아울러 올해의 경우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익(2조6617억원)이 작년 연간 순익을 넘어설 만큼 성장했다.

이는 회장 취임 이후 △국제자산신탁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아주캐피탈(저축은행 포함) 등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와 수익성을 다변화하고 비은행 부문을 지속 강화한 영향이다.

현재는 숙원사업 중 하나인 증권사 인수와 중장기적으로 보험계열사 확충 등을 타진하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지난해 말에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여파로 12조8000여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 받은 지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달성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업계 역시 상식적인 선에서 우리금융그룹의 성장세에 부합한 수장이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손 회장은 종합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춰가는 우리금융을 도맡아 이끌 유일한 적임자로 거론돼왔다”며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까지 이룬 상황에서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낙점될 경우 금융권 지배구조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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