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소’·교보 ‘선고 연기’…패색 짙었던 생보사 즉시연금 소송 반전 양상

시간 입력 2022-12-02 07:00:01 시간 수정 2022-12-01 18: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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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심 판결 뒤집고 항소심서 삼성생명 승소 판결
교보생명 항소심 선고 21일로 연기
각 사 약관 조금씩 달라…대법원 판결 전까지 혼란 이어질 듯

서울 종로구 교보생멸빌딩 광화문글판.<사진 제공=교보생명>

가입자 측 승소가 이어지던 ‘즉시연금’ 소송전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최근 삼성생명 항소심에서 법원이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다. 보험사가 상품 설명 의무를 지켰는지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뒤집히면서, 1조원대 규모의 즉시연금 소송의 향방은 혼돈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교보생명 즉시연금 보험금 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가 이달 21일로 연기됐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연금월액 일부가 만기환급금을 위해 공제된다’는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교보생명에 미지급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업계는 최근 삼성생명의 항소심 승소가 교보생명 항소심 선고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월보험금 계산방식은 설명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삼성생명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소송에서 다루는 쟁점은 동일하다.

즉시연금보험은 생명보험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자가 보험료를 한 번에 지불하면 운용수익 일부를 매달 연금 형식으로 받을 수 있다. 지난 2017년 가입자들이 삼성생명에 최저보증이율에 못 미치는 연금을 받았다며 미지급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문제가 된 상품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이다. 생보사는 만기에 지급할 보험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지급하는 연금액에서 일정액을 공제했다. 해당 내용이 상품 약관에 제대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게 가입자 측 주장이다.

2018년 10월 12일 윤석헌 당시 금융감독원 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시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에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미지급한 연금액과 이자를 모두 지급하도록 권고했고, 다른 생보사들에게도 같은 사례에 대해 일괄지급하라고 압박에 나섰다. 1건에 불과했던 즉시연금 분쟁은 금감원의 일괄지급 권고로 인해 16만건에 달하는 대형 사건으로 커졌다.

삼성생명을 포함한 전체 생보사의 즉시연금 미지급액은 최소 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규모로 추산됐다. 삼성생명이 43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850억원, 700억원 규모였다. 이밖에 KB생명과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도 수백억원대 규모의 미지급금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이 2018년 금감원의 일괄지급 권고를 수용하는 대신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즉시연금 소송은 생보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단체와 개인 등 여러 건의 즉시연금 소송전이 이어졌고,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은 1심 판결 대부분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이번 삼성생명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즉시연금 소송전은 새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삼성생명의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만큼, 관련 재판이 여러 소송전의 기준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항소심 결과도 1심 판결과 정반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항소심 판결로 즉시연금 소송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비슷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는 생보사들에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대법원 판결이 마무리될 때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각 생보사의 즉시연금 약관이 다소 차이가 있고, 진행 중인 소송도 여러 건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1, 2심에서 모두 패소하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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