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향한 당국 압박, 금융사 지배구조 뒤흔드는 ‘新 관치금융’ 논란 불러

시간 입력 2023-01-09 07:00:01 시간 수정 2023-01-06 17:59:51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김주현 금융위원장 “소송 논의 굉장히 불편”…직접적 불쾌감 표시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배구조 문제 수차례 직·간접적 표현
금융당국 타깃 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여부 불투명


금융사 지배구조를 뒤흔드는 금융당국의 화살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향한 모양새다. 우회적인 발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겨냥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불편한 기색을 직접적으로 표하며 지주사 수장 교체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한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당국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오는 18일 차기 지주 회장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가동한다.

◆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처리 과정 질타…금융당국 발언 수위 높여

차기 회장직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던 최근 두 차례의 이사회에서 모두 해당 안건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데 따라 사실상 이날이 손태승 회장의 연임여부를 논하는 공식적인 첫 자리가 된다.

금융권에서는 앞서 지난해 12월 16일과 지난 4일 열린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손 회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각각의 이사회에서는 2023년 경영계획과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소송 여부에 대해서만 다뤄졌다.

손 회장의 연임 여부를 논의하는 시작점이 늦어진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부터 손태승 회장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사실상 연임을 저지하고 나섰다.

지난 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손 회장이 징계 취소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시중은행의 탄력점포를 방문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에서 손 회장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 정도 사고(라임펀드 사태)가 났는데 앞으로 어떻게 제도를 바꿀지,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등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소송 논의만 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이슈(손태승 회장에 대한 중징계)의 핵심은 이를 계기로 어떻게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고 조금 더 정직하게 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이사회와 조직이 나서서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사고를 낸 쪽에서 이 사고와 관련해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게 있느냐”고 꼬집으며 “그런 것을 하지 않고 자꾸만 소송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 방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시중은행의 탄력점포를 방문한 자리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소송 여부 고려 건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금융위원회>

◆ 주요 금융지주에 대한 지나친 압박…독립적 이사회에 대한 ‘관치’ 지적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지난해 11월 10일 손 회장을 향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소송을 제지하는 뜻을 내비쳤다. 전날인 9일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를 통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한 금감원의 원안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21일에는 용퇴를 결정하며 3연임 도전을 접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을 두고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보면서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이 금감원장의 발언이 손 회장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발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에는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 활동 차원에서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공식적인 자리를 갖고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 공식적으로는 당부 차원의 자리였겠지만 사실상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압박한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행보를 두고 사실상의 신 관치금융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각 금융사별로 독립적인 이사회 조직이 수립돼 운영되고 있는 만큼 당국이 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손 회장의 경우 이미 사모펀드와 관련한 법률 리스크를 한 차례 해소했던 데다가 실적 등 경영 성과와 관련해서도 연임이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되는 요소가 전무한 수준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금융권 안팎에서 손태승 회장의 연임은 너무나도 당연시 됐었다”며 “그러나 지금으로써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