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전망/지경초] ‘상고하저’ 겪은 카드업계, 올해 경영 목표는 ‘생존’

시간 입력 2023-01-31 07:00:01 시간 수정 2023-02-01 17: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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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으로 조달상황 빨간불…카드사 순익에 영향
신사업 ‘자동차할부금융’ 규모도 축소
3고 현상에 외형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 집중
“위기는 곧 기회”…혁신으로 도약 꾀하기도

카드업계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로 인한 소비심리 회복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하반기들어 금리 인상으로 인해 조달상황이 악화하면서 수익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올해 역시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이 이어지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카드업계는 생존에 중점을 두고 안정 속 혁신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카드업계, 상반기 선방했지만…하반기 순익 악화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총 1조6243억원으로 1년 전보다 8.7% 증가했다.

해당 기간 하나카드(16,7%↓)와 현대카드(14.0%↓)를 제외한 6개 카드사의 순익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신한카드가 10.0% 늘어난 4012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1위를 기록했고, 삼성카드는 12.3% 증가한 3143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실적이 개선된 까닭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로 내수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516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5% 늘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하반기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654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4% 줄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롯데카드(13.5%↑)와 삼성카드(1.7%↑)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가 전년 동기보다 수익성이 악화했다.

◇금리 상승으로 조달환경 악화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반년 만에 악화한 가장 큰 이유로 조달상황 저하가 꼽힌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채권으로 조달하는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해 4월 3%대, 6월 4%대를 넘어 연말 6%대까지 상승했다.

카드사들은 신규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차환한다. 금리 인상으로 신규발행채권과 만기도래채권의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카드사들의 이자비용 부담은 더욱 늘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카드사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조87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32.5% 증가했다. 특히 단기차입금 관련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분기 8.2%에서 지난해 3분기 14.1%로 5.9%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여전채 발행 조건이 나빠지자 카드사들이 단기차입금을 늘려 대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은 카드사들의 새 먹거리로 꼽히는 자동차할부금융에도 영향을 미쳤다.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6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롯데·우리·하나카드)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지난해 1분기 10조1769억원에서 2분기 10조6450억원으로 늘었다가 3분기 10조5835억원으로 감소했다.

캐피탈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내세워 사업을 확장하던 카드사들은 금리 인상기가 본격화하자 상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또 비용절감을 위해 각종 할인 이벤트나 무이자 할부 등 혜택도 대거 축소한 상황이다.

◇3고 현상에…‘경험하지 못한 위기’ 한목소리

올해 역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 현상이 이어지면서 주요 카드사 CEO들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에 봉착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몇 년간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역시 “3고 현상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등으로 올해는 그간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023년은 화려함보다는 기초와 본질에 충실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최근 금융위기는 ‘알려진 위기’였다는 점에서 예전의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윤상운 NH농협카드 사장은 “올해는 지금껏 겪어왔던 어느 풍랑보다 가장 힘든 파고의 시기가 예견된다”며 카드사업 환경은 ‘성장’의 문제가 아닌 ‘생존’이 화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여신금융협회 수장에 오른 정완규 여신협회장 역시 “올해는 대외여건 악화 등에 따른 성장 둔화, 고물가·고금리 지속, 불확실성과 변동성 증대에 따른 시장 불안정 등 여러 측면의 악재가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1회 여신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제공=여신금융협회>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1회 여신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제공=여신금융협회>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위기 속 기회 모색도

이에 따라 카드업계는 사업 확장보다 경영 안정을 택한 모습이다. 다만 단지 움츠리는 것만이 아닌, 혁신을 통해 사업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우선 올해 새로 취임한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고객 중심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변화와 위기 속에서 고객 중심 혁신을 통해 2023년을 더 큰 성장과 도약의 한 해로 만들어야 한다”며 “차별화된 성장을 통해 고객과 사회에 더 큰 가치를 주는 온리원(Only1) 플랫폼 기업으로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소비자보호본부와 DX본부를 신설하고, 내부통제파트를 별도로 분리해 고객 중심 경영을 강화했다. 또 사기거래, 부정사용 등을 방지하는 FD팀을 소비자보호본부로 이동시켜 CCO 산하에 편제했다.

하나금융그룹의 ‘영업통’ 이호성 하나카드 신임 사장은 △손님을 위한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 △우리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ESG 혁신 △기업문화 혁신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또 플랫폼 및 수익 성장과 고객 확대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호성 사장은 “지난 31년간의 영업 현장에서 ‘위기는 준비된 자에게 또 다른 성장의 기회이고 끊임없이 준비하고 변하지 않으면 낙오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며 “현재 하나카드의 상황을 직시하고 정확한 목표를 설정한다면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올해를 1등 카드사로 도약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2023년의 복합 위기는 모두의 위기임과 동시에 모두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본업에서의 체질 개선과 내실 있는 성장 △신사업 고도화로 수익기반 강화 및 새로운 비즈니스 영토 개척 △KB페이를 통한 고객 경험 혁신 △유연하고 빠른 조직으로의 변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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