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주고 대상자 늘려도…시중은행 ‘희망퇴직자’ 작년보다 줄었다

시간 입력 2023-02-02 07:00:08 시간 수정 2023-02-02 04: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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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상반기 희퇴자 작년 대비 2244명→2222명으로 감소
경기 침체·임피제 위헌 판례 등에 ‘계속 근무’ 택하는 분위기 확산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의 퇴직자 수가 전년보다 도리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예년 대비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 범위를 넓히고 지급되는 급여를 늘린 결과 퇴직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흐름이다. 불경기가 지속되는데다 지난해 대법원이 ‘임금피크제’를 두고 위헌 판정을 내린 것 등이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퇴사를 결정한 직원은 총 222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2244명 대비 소폭 줄었다.

이 중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349명의 직원이 퇴사하게 됐다. 이는 전년 415명 대비 66명(15.9%) 감소한 규모다.

우리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에서 대상자를 1980년생까지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신청자 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도 올 상반기 279명이 퇴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정년 대상자 271명과 임금피크 대상자 8명이 포함됐다. 지난해 상반기 478명에 비하면 199명(41.6%)이나 감소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했거나 만 40세를 넘은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다. 1970년 이전생 직원에 대해선 최대 36개월치 평균임금을, 1971년 이후생 직원에는 최대 24개월치 평균임금이 지급되는 조건이었다.

대상자와 조건 확대로 퇴직자 수가 늘어난 은행들도 예상보다는 증가폭이 크지 않은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713명의 직원이 퇴사해 지난해 상반기 675명보다 39명 늘었으며, 농협은행은 493명이 떠나 전년 427명보다 6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은 388명이 퇴사해 전년 상반기보다 138명 늘어 가장 증가폭이 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부지점장 이하 직원 중 1966년 이전 출생,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나 올해는 1978년 이전 출생자로 대상을 넓혔다. 농협은행은 지급 퇴직금 액수를 28개월분에서 39개월분으로 늘렸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자가 전체적으로 줄어든 이유는 불경기로 고령 직원들이 퇴사 이후 재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임금피크제를 두고 ‘무효’ 판결을 내리는 판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받고 있어 목돈을 받고 퇴사를 할까 고민했지만,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을 보고 최대한 근무하며 추이를 지켜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 퇴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은행권이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대규모 공채를 부활시키며 은행의 ‘몸집 줄이기’는 당분간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민은행의 직원수는 1만7252명으로 전 분기 16870명보다 오히려 늘어났고, 신한은행도 1만4049명에서 1만4145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하나, 우리, 농협은행도 이 기간 소폭 감소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실시된 공채 인원과 올해 희망퇴직 인원이 반영되기 전이다. 이들 인원이 반영되면 전년 말 기준 인원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은행권 고유의 복지 혜택이라고 할 정도로 고액의 목돈을 받고 제2의 인생을 계획할 수 있는 제도로 행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면서도 “최근 금융권의 업황이 침체되면서 최대한 은행에 남기를 선택하는 행원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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