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절실한 KB부코핀은행, 장기적 관점서 성장 전략 모색

시간 입력 2023-02-02 08:00:00 시간 수정 2023-02-02 09: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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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코핀은행, 지난해 3분기 누적 손실 1504억
배드뱅크→굿뱅크 전환 전략 장기적 추진
2023년까지 잔여 부실자산 정리, ‘유니버셜 은행’으로 도약

KB금융 신흥국 시장 안착의 거점이었던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조원에 가까운 자본투자를 단행한 만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성장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의 손자회사이자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KB부코핀은행(PT Bank KB Bukopin, Tbk)의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손실은 1504억6900만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1179억8400만원 대비 악화된 수치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1분기에는 89억1100만원의 손실만을 내며 365억800만원의 손실을 냈던 지난 2021년 동 분기 대비 성과가 개선되는 듯했다. 그러나 2분기에는 654억7200만원의 손실로 전년 동 분기 297억9700만원의 손실 대비 적자폭이 늘었다.

3분기 역시 760억8600만원의 손실로 전년 동 분기 516억7900만원 대비 손실액이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4분기의 경우 현지 시장 악화 지속에 따라 손실 규모가 더욱 확대됐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KB금융 노동조합에서 자체적으로 추산한 지난해 부코핀은행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6000억원 이상이다. 이를 포함할 경우 누적 적자는 약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KB 측은 신흥국과 선진국 시장을 투트랙으로 집중 공략하는 방안을 지속 추진 중인 만큼 아직은 부코핀을 투자 실패 사례로 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KB부코핀은행의 경우 배드뱅크를 인수해서 굿뱅크로 전환하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실패한 해외투자로 볼 수 없다”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자본 투입을 통한 우량은행 전환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영업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역시 부코핀은행의 미래성장을 위한 3단계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전략을 추진 중인 상태다.

우선 단기적으로 우량 자산 집중 확대를 진행해 성장 기반을 재건할 방침이다. 2023년까지 잔여 부실자산을 정리해 굿 뱅크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며, IT중추 사업인 차세대은행시스템(NGBS, New Generation Banking System) 도입을 추진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후 2024~2025년에는 ‘Simple, Easy, Fast’ 방식의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객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 우량자산 성장과 동시에 리테일(Retail)과 SME의 선별적 확장을 진행하고 모기지, 자동차 론(Car Loan), 공급망 금융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성장을 통한 ‘유니버셜 은행’으로의 도약을 진행한다. 오는 2026년부터는 비즈 전반에 걸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며 수익성을 감안한 디지털 기반의 신사업 추진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 노동조합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KB금융 본사 앞에서 부코핀은행에 대한 실패사례를 언급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해외사업에 전문성을 지닌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사진=유수정 기자>
KB금융 노동조합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KB금융 본사 앞에서 부코핀은행에 대한 실패사례를 언급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해외사업에 전문성을 지닌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사진=유수정 기자>

현재 부코핀은행에 이미 2조원에 가까운 자본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측은 지난 2018년 7월 PT Bank Bukopin Tbk의 지분을 22% 취득하며 2대 주주지위를 확보한 뒤 2020년 7월 주주배정 유상증자(1차)로 발행하는 보통주 29억6760만372주를 5341억6806만6960루피아(439억900만원)에 취득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3자배정 유상증자(2차)로 발행하는 보통주 163억6057만8947주에 대해 3조1085억999만9930 루피아(2527억2100만원)을 지급하고 신주 인수했다. 11월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3차)로 발행하는 보통주 235억9368만2494주에 대해 4조7187억3649만8800 루피아(3935억4300만원)에 신주를 재차 인수했다.

이를 위해 사용된 비용은 총 8135억4300만원(실 인수금액 9조8223억2456만5690 루피아)에 달한다. 이 같은 과정에 따라 KB국민은행의 지분 보유율은 67%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지난 10월 11일 이사회에서 최대 8조4360억 루피아(약 7930억원)를 한도로 증자 참여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부코핀의 누적 적자가 심화됨에 따라 KB 노조 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해외사업과 리스크관리 분야에 탁월한 경험을 쌓은 인사를 사외이사로 직접 추천하고 나서기도 했다. 역대급 해외투자 실패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해외사업부문에 전문성을 지닌 인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KB국민은행은 해외투자 실패 전례가 있기에 부코핀 살리기에 적극적이다. 앞서 2008년 투자했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역시 1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액 전액을 지난 2016년 자로 손실 처리(장부가 1000원 기입)했었다.

특히 지난 2017년 2월 BCC 매각 우선협상자로 현지 테스나(Tsesna) 뱅크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같은 해 2분기 카자흐스탄 BCC 지분 41.9%(우선주 포함) 전량을 매각했는데 매각가는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상태다. 국민은행이 2008년 지분인수를 위해 투자했던 금액은 9541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선례처럼 부코핀은행 역시 대규모 손실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는 형국이나 KB국민은행은 성장통으로 설명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KB금융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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