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은행업 경쟁체제 논의…“금산분리 완화 부작용도 고려해야”

시간 입력 2023-02-17 07:00:08 시간 수정 2023-02-17 09:02:25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금융감독원, 은행 산업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 검토
“과점 폐해 막을 경쟁시스템 방안 마련” 尹 지시 따른 조치

정부가 시중은행의 일명 ‘돈 잔치’를 비판하고 나서며 근본적인 원인을 과점체제에 따른 규제 차익 시현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은행업을 완전 경쟁 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올해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 정책과 연결돼 있는 만큼 새로운 은행 출현에 앞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불식시키는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금산분리는 금융·비금융 회사를 동시에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이다. 즉 비금융회사의 은행 지배는 현행  은행법에서는 허락하지 않는다. 이미 우월적 지위를 지닌 5대 시중은행과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집단이 제한적인 만큼 본래 취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향후 완화방안 범위에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특별 지시에 따라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의견을 검토하고 관련 방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임원 회의에서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시장경쟁을 더욱 촉진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시장가격으로 은행 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와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신년 업무보고에서 “국내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을 지녔다”고 언급한 데 이어 지난 13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금융당국에 은행권의 일명 ‘돈 잔치’와 국민 위화감 조성을 방지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아울러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이 같은 뜻을 보다 구체화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 은행 산업에 과점의 폐해가 크다”며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국민의 이자 부담과 고통이 커진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은 오히려 예대금리차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은행은 정부 특허(허가)로 운영되는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아 현재 과점 형태로 산업이 영위되고 있다. 이를 완전 경쟁체제로 변경해 사실상 규제 차익을 누리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예대금리차 공시, 대환대출 및 예금 비교추천 플랫폼 등을 통해 기존 금융사 간 경쟁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 과제에 포함될 수 있다”며 “아울러 금융-정보기술(IT) 간 장벽 완화를 통해 유효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밖에도 은행업 인가를 세분화해 독립된 형태의 은행을 활성화하거나 인터넷 전문은행 및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의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적 성격’으로 규정한 마당에 사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이 옳으냐의 논쟁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과점 상태인 5대 시중은행 중심의 은행 산업을 경쟁체제로 전환해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려는 것”이라며 “이 경우 금융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혜택이 제공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5대 시중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지닌 상황에서 이와 경쟁할 수 있는 점포형 신규 은행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대기업 집단 뿐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실제 현재로서 5대 시중은행과 시장에서 겨룰 수 있다고 거론되는 은행 역시 대기업 집단인 카카오 계열의 카카오뱅크 정도에 불과하다. 지방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 등은 자본 규모나 영업 활동 반경 등이 좁은 탓에 시장에서 실질적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올 상반기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목표로 하는 상황인 만큼 신규 은행의 출현, 과점 완화를 위한 기존 은행 쪼개기나 여타 금융업권의 소매기능 강화나 부여 등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사의 비금융 분야로의 사업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빅테크 등 비금융사의 금융업 진출이 보다 활성화되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금산분리 취지가 금융자본을 거머쥔 대기업의 자본시장 전횡 방지와 자금이 부실화됐을 때 금융고객들이 금전적 피해를 볼 수 있게 되는 점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장치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부작용 방지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과정에서 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 한도 특례를 34%까지 확장하며 사실상 금산분리법을 완화했었다”며 “완전 경쟁을 추진하겠다는 명목 하에 금산분리 원칙을 흔들 경우 위험 전이를 막겠다는 당초의 금산분리 제정 목적이 사라지게 될 것인 만큼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