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들어간 기준금리…성장률 전망 하향 ‘경기둔화’ 우려 본격화

시간 입력 2023-02-23 18:05:56 시간 수정 2023-02-23 18:05:56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 동결…1년반만에 제동
물가경로·정책 여건 불확실성 점검 판단 시점
미 연준 긴축 장기화…금통위원 5명 “3.75%까지 인상 가능성 열어둬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속도조절에 돌입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준인 물가가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여기에 경기둔화 조짐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경제를 둘러싼 변동성 요인에 대해 시간을 두고 점검할 필요성도 맞물렸다.

다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 장기화,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3.5%)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밝혔다. 물가상승세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한은은 올해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1월 전망치 3.6%를 소폭 하회하는 3.5%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등 여러 불확실 요인들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성이 크게 작용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4월 이후 매 금통위 회의 때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해오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지난해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하며 매 회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해 오던 것이 일반적이었던 만큼 이번 결정은 과거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우려 본격화…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감소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속도조절에 나선 건 경기 둔화 움직임이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고 소비 회복도 더디면서 성장세가 약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실질 성장률은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 1분기에는 역성장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정책당국에서도 한국 경제 경기둔화를 본격적으로 진단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첫 언급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낮아진 것도 경기 침체 우려가 기준금리 동결 원인이라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1.7%보다 0.1%포인트(p) 떨어진 1.6%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이후 중국과 IT 경기 회복 등으로 국내 성장세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준 긴축 기조 장기화로 한·미 금리격차 벌어져…기준금리 3.75% 인상 가능성 여전

다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존재한다.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6.4%를 기록하며 여전히 목표치인 2%의 3배를 웃돌고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이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폭을 0.25%p로 줄이며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3·5·6월 세 차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총 0.75%p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얀 하츠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1일 블룸버그를 통해 “연준히 향후 3번에 걸쳐 0.75%p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이 예측한대로 금리 인상이 진행되면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금리 격차가 더 큰 폭으로 벌어진 것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요인이다.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한·미 금리차는 1.25%p로 벌어졌다. 과거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이 1.5%p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0년 5~10월과 차이가 더 좁혀진 셈이다. 한국은행이 만약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경우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2%p까지 벌어질 수 있는데 이는 사상 최대 역전 폭이다.

한은 금통위에서도 최종 금리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이 총재는 “이번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금통위원 한명은 현재 3.5%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었고 나머지 다섯 위원은 당분간 최종 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금리인상 기조 종료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못 박아둔 것이다.

금통위는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