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압’ 논란속 KT 차기 대표에 윤경림…“지배구조·과거 관행 혁신하겠다”

시간 입력 2023-03-08 07:00:01 시간 수정 2023-03-08 04: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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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KT 사장, 이사회 만장일치로 차기 대표 최종 후보 확정
“DX 전문성·신사업 리더십 뛰어나”…디지코 2.0 계승 적임자
주총서 표 대결 가능성 제기…부결 가능성은 낮을 듯
윤경림 사장 “정부 우려 공감, 적극적으로 소통”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 <출처=KT>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을 최종 낙점했다. 정부 여당이 가장 반하던 현직 내부 인사를 차기 대표로 내정한 것은, KT 스스로  더 이상 외풍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윤 사장이 구현모 현 KT 대표의 ‘오른팔’로 불려온 만큼, 여권과 국민연금 등에서 또다시 반대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자칫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대표 선임을 두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간 표 대결도 우려되고 있다.

KT 이사회는 7일 이사 전원 합의로 윤 사장을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이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이하 후보심사위)는 총 4인의 후보자별 심층 면접을 진행, 이사회에서 윤 사장을 차기 대표로 최종 확정했다.

윤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과학과 석사,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LG유플러스의 전신인 LG데이콤을 시작으로, 하나로통신, CJ그룹, 현대자동차 등을 거쳤다. 특히 지난 2021년 KT로 복귀해서는 현대차그룹과의 전략적 지분교환, CJ ENM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과 KT OTT ‘시즌’의 합병 등을 주도하기도 했다.

KT 이사회는 윤 사장을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과 신사업 확장을 이어갈 적임자로 판단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 사장이) DX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면서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그룹의 DX사업 가속화 및 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사회가 KT 현 인사를 차기 대표로 낙점한 것은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외압’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종 후보자인 윤 사장은 정부여당 인사들이 ‘구 대표의 오른팔’ 이유로 노골적으로 반대하던 인물로, 4명의 심사대상자 중 가장 견제가 컸다.

당초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에 구 대표를 차기 대표 단독 후보로 선임했지만, 국민연금이 경선 과정의 투명성을 문제 삼으면서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내부인사 라고 비판을 쏟아내자, KT 이사회는 후보 재선임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결국 재선임 과정에서 구 대표가 정치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특히 1차 컷오프에서 KT 전·현직 인사 4명으로 후보가 압축되자, 일부 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권 카르텔’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윤 사장에 대해서는 ‘구현모 아바타’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 가며 반대해,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그동안 정부여당의 KT 대표 인선 개입이 노골적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 전까지 여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주총에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간 표 대결도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KT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주총에서 윤 사장의 대표 선임이 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 KT 지분은 국민연금이 8.53%를 소유해 최대주주를 유지하고 있고, 이어 현대자동차그룹 7.79%, 신한은행 5.48%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와 신한은행은 KT 우호 지분이지만, 국민연금이 각각 2대 주주,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기권을 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맞서, KT 소액주주들이 ‘정치권 흔들기’로 인한 주가 하락에 반발하며 결집하고 있다. 국내 소액투자자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도 디지코 전략 등 사업의 연속성과 경영 안정성 면에서 KT 이사회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치권 내부에서도 민간 기업인 KT 인사에 정부여당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높아지면서, 실제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차기 CEO로 내정된 윤경림 사장은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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