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VB ‘뱅크런’ 충격 속 국내 여파는…하나·우리 등 4대은행 유동성 안정적

시간 입력 2023-03-16 07:00:13 시간 수정 2023-03-15 17: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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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 유동성 위기…미 금융당국 폐쇄 조치
국내 시중은행, 유동성 안정적…LCR 비율 규제 상회
SVB 파산에 변동성 확대…유동성 관리 필요성 대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진=연합뉴스>

미국 기술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도맡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국내 은행에 미칠 영향이 관심을 끈다. 금융권 전반에 변동성이 다시 확대된 가운데 시중은행의 경우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도 외부 도움 없이 버틸 능력이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SVB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이 약하다고 내대봤지만 유동성 관리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16일 금융권 및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스타트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벤처 대출 전문 은행인 SVB가 파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SVB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2090억 달러(272조1870억원)을 보유한 중견은행으로 미국에서 16번째, 실리콘밸리 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SVB가 파산한 결정적 원인은 대규모 예금 인출이 촉발한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채권 평가손실까지 발생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개인이나 가계보다 밴처캐피탈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부터 대규모 예금을 유치해왔는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자 SVB에 예금을 유치한 기업이 돈을 대규모로 인출하는 ‘뱅크런’이 발생하면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SVB 파산 여파에 국내 시중은행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금융계에서는 당장 SVB 사태가 국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기초체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평균 유동성커버리지(LCR)비율은 96.45%를 기록했다. LCR비율은 순현금유출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로 예금 유출 등 스트레스 상황을 한 달 동안 겪는다는 가정 아래 은행이 외부 도움 없이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해당 비율이 높을수록 충격 흡수 능력이 좋다고 판단한다. 금융당국은 LCR 비율을 80% 이상 넘도록 규제하고 있다.

시중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LCR 비율이 105.2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은행 95.3%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92.69%, 92.55%로 시중은행 모두 규제비율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했다.

4대 은행의 중·장기유동성도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내 유출 가능성이 큰 자금을 충족할 수 있는 유동성 판단 기준인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106.7%로 규제비율(100%)을 웃돌았다.

시중은행의 유동성이 양호하지만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관련 정례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SVB 파산으로 금융시스템 불안요인까지 겹쳐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SVB 파산으로 변수가 커지자 관련 규제를 손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바젤 기준에 따라 단일 거래 상대방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를 기본자본의 25% 이내 관리하도록 규제한 거액 익스포저 한도 관리 기준을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하는 행정지도를 예고했다. 개별기업에 대출을 몰아줬다가 대형 손실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한시적으로 완화했던 유동성 규제 방안을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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