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다음은 금융지주?…국민연금의 비토 ‘관치’ 논란 또불렀다

시간 입력 2023-03-21 07:00:03 시간 수정 2023-03-20 18: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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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총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선임 안건 반대표 결정
노동시민사회단체, 국민연금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반대 요청
당국 이어 국민연금까지…금융지주 지배구조, 결국 관치라는 지적 잇따라

국민연금이 금융사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수탁자 책임) 강화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선임 안건에 대한 방향성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렸다. 다만 최대·주요 주주의 의결권 방향은 기타 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기관의 의결권 행사는 곧 ‘관치’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정의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7일 국민연금공단에 ‘우리금융지주 회장(사내이사) 선임 관련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국민연금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국민연금 측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가 안정적으로 경영능력을 발휘해 우리금융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과감한 조직혁신을 이끌 최적임자인지에 대해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임종룡 내정자의 NH농협금융지주사 회장 재임 시절 당시 발생한 사건 사고와 금융위원장 재직 당시 의사 결정으로 인한 부작용 등을 거론하고 있다.

2014년 1월 농협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당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었던 임 내정자와 무관한 것으로 결론 났지만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아울러 지난 2019년 전후로 발생한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2015년 당시 금융위원장으로서 주도했다는 점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이는 최근 국민연금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선임에 반대하고 나선 이유와 일정 부분에서 일맥상통한다. 이에 금융권은 국민연금의 결정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16일 제3차 위원회를 개최하고 신한지주 정기주주총회 관련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훼손 내지 감시 의무 소홀 등의 이유로 안건 제3-1호로 상정된 사내이사 진옥동 선임의 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협의했다.

진 내정자는 신한은행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1년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20년 3월 주총 시즌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말 주주명부 기준 신한금융의 지분 7.69%를 보유했다. 블랙록(5.71%), 우리사주조합(5.13%) 등을 앞선 최대주주다. 우리금융 지분은 6.84%로 우리사주조합(9.52%)에 이은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5.57%을 보유한 노비스1호유한회사는 3대 주주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대 주주 혹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최근 구현모 대표의 연임 안건과 관련해 반대의견을 적극 피력해 차기 대표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도록 만들었다. 국민연금은 KT의 지분 10.35%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또 다른 방식의 ‘관치금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당초 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상황에서 새롭게 선정한 수장에 또다시 반대의견을 내는 것은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뒤흔드는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1월 말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구조가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의 행보였다는 점 역시 이 같은 시각에 힘을 더한다.

다만 상당 부분이 해외투자자의 지분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은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신한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62.67%,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40.20%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대 혹은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다른 주주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정부의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있는 만큼 민간기업 경영에 간섭한다는 관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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