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여파에 ‘부동산PF’ 우려 본격화?…1조원 PF 규모 OK저축은행 건전성 악화

시간 입력 2023-03-21 07:00:08 시간 수정 2023-03-20 21: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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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에 겹친 SVB 파산에 부실 우려 증가
가파른 연체율 상승, 건전성 악화 부메랑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국내 금융권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부동산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커진 데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유에서다.

2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1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44조6000억원)이나 은행(30조8000억원)보다 적은 편이지만 문제는 저축은행의 경우 고위험사업장과 리스크가 큰 아파트 사업장 대출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아파트 외 사업자 대출비중은 80%가 넘고 고위험사업장 대출비중은 30%에 달해 증권(24.2%)나 보험(17.4%)보다 현저히 높다. 고위험사업장은 본PF 대출의 경우 공정률 60% 이상이지만 분양률은 50% 이하인 사업장과 위험지역에 위치한 사업장의 브릿지론에 해당한다.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인허가에 필요한 계약금, 중도금 등 계약자금을 차입하는 대출로 본PF보다 부실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더 크다.

작년 아파트 미분양이 늘고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리스크가 대두됐지만 최근 SVB 파산으로 부실 위험이 더 가중되는 모습이다. SVB의 수익구조가 고위험 벤처기업 투자에 쏠린 특수한 형태를 보였는데 저축은행 역시 부동산PF 대출에 치우쳐 있어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부동산PF 대출이 저축은행 등 비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한 게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고 진단하면서 “최근 미분양주택 물량 증가와 함께 PF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향후 주택시장 부진이 시차를 두고 PF대출 연체율을 추가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만큼 PF대출 리스크에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저축은행은 부동산 경기 저하 여파로 자산건전성이 후퇴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 79곳의 연체율은 3.0%로 직전 분기(2.6%)보다 0.4%포인트 늘어 연체율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산규모 3조원 이상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이 작년 2분기 4.22%에서 3분기 4.62%로 0.40%포인트 증가했다. 웰컴저축은행은 2.47%에서 3.0%로 0.53%포인트, 한국투자저축은행은 2.06%에서 2.45%로 0.39%포인트 늘었다. 페퍼저축은행도 2.57%에서 2.81%로 0.24%포인트 확대됐다. 대형저축은행 가운데 SBI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44%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OK저축은행의 경우 작년 3분기 기준 부동산PF 대출 규모가 1조118억원으로 웰컴저축은행(6282억원)이나 페퍼저축은행(2002억원)보다도 월등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PF 대출 증가로 저축은행의 잠재부실 규모 역시 커지는 추세다. 작년 3분기 저축은행 79곳의 손실위험도 가중여신은 2조1742억원으로 전년 1조7847억원 대비 21.8% 증가했다. 손실위험도 가중여신 규모가 2조원을 돌파한 건 2014년 이후로 처음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체 여신에서 부동산PF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 저축은행은 특히 부실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제2저축은행 사태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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