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이 낸 빚만 한해 114.5조원…“기업유동성 공급·외화차입 급증 탓”

시간 입력 2023-03-23 06:30:03 시간 수정 2023-03-23 04: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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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차입부채 규모 114조원
국민은행 차입부채 38% 급증
기준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 증가

지난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차입부채가 100조원을 넘었다. 시중은행이 기업대출 중심 영업을 영위한 데다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외화차입금 규모 증가가 맞물린 결과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금리가 늘어나면서 이자부담 역시 커지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차입부채 규모가 114조57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규모로 2020년 대비 2021년 차입부채 증가율(9.4%)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차입부채는 기업이 운영자금이나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빌린 돈을 의미한다. 보통 은행은 국책은행인 한국은행 또는 자사가 보유한 국공채나 특수채를 담보로 현금 전환이 용이한 환매조건부채권 매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은행별로 보면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의 차입부채 증가폭이 가장 컸다. 2021년 32조5231억원에서 2022년 45조731억원으로 38.5% 증가했다. 규모나 증가율 모두 압도적인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17조5245억원에서 22조2566억원으로 27% 증가해 국민은행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전년 대비 15.5%, 7.5% 확대된 24조2128억원, 23조282억원으로 집계됐다.

차입부채가 이처럼 급증한 건 은행이 지난해 기업대출을 늘린 결과이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기업대출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해 총 615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평균 10.7% 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2.65% 가량 감소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4대 시중은행 모두 기업을 필두로 대출 자산을 늘린 셈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기업 대출 수요가 증가한 것도 차입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회사채 발행이 위축된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급증하면서 자금 조달 수요가 큰 기업이 은행으로 몰려 은행이 기업 지원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며 차입부채가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환율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외화차입금이 전년 대비 44.5% 증가해 차입부채가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금융 지원을 늘리면서 차입부채가 늘어났다”며 “또 환율이 1300원대로 치솟아 달러 가치가 커지면서 외화 차입금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통상 은행이 차입부채를 확대하는 일이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으로 판단한다. 은행의 재무적 자립도가 떨어질 수 있고 부채가 늘어난 만큼 지불해야 할 이자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실제 차입 이자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한국은행으로부터 조달한 차입부채 이자율의 경우 2021년 최고 금리가 0.25%였지만 이듬해 1.75%로 약 1.55%포인트 늘었다. 시중은행의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이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건 맞지만 부채의 구성에 따라 금리가 제각각이라 단순히 차입부채만으로 이자 부담이 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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