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거부 안 통했다…신한금융 ‘진옥동 시대’ 본격 개막

시간 입력 2023-03-23 17:42:05 시간 수정 2023-03-23 17: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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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정기주총서 진옥동 사내이사 선임 안건 의결
2025년 3월까지 3년간 회장직 수행…“백년신한의 꿈 이어가겠다”
건전성 관리·리딩금융 수성 등 해결 과제 산적

23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그룹 본점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그룹기를 흔들고 있다.<사진=신한금융그룹>

‘100년 신한’을 위한 진옥동 체제의 막이 올랐다. 조용병 전 회장 이후 6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이한 신한금융은 비이자수익 확대, 플랫폼 경쟁력 강화 등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2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본사에서 제2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진옥동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출석 의결권수의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받았다.

이번 사내이사 선임과 동시에 조용병 대표이사 회장의 임기는 종료됐고, 진옥동 회장이 그 뒤를 이었다. 진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 3년이다.

주총에 앞서 신한금융의 지분 7.6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지만, 신한금융 지분의 60% 이상을 점유한 외국인 주주들의 동의를 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2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제2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주주들에게 발언하고 있다.<사진=신한금융그룹>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끌어내는 데에는 신한금융 이사진의 적극적인 해명과 설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사회는 주총 안건 설명자료에서 과거 라임 사태와 진 회장의 연관성이 극히 적다는 점과 사태 이후 신뢰 회복과 관련한 진 회장의 노력 등을 13페이지에 걸쳐 피력했다.

이사회는 “진 내정자의 지주 기타비상무이사 및 신한은행장 재임 기간과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 기간이 일부 겹치기는 하나, 이는 불과 4~5개월의 매우 짧은 기간”이라며 “진 내정자는 은행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지주회사 이사회에 즉각적이고 투명하게 보고해 이사회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진 회장 선임에 찬성 의견을 표했다는 점도 안건 통과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ISS는 “진 내정자는 신한금융 리스크 관리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회장 후보를 반대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찬성을 권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번 주총에서 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함께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 이윤재, 곽수근, 배훈, 성재호, 이용국, 진현덕, 최재붕 등 7명의 사외이사 재선임안 등도 모두 원안 가결됐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진 후보는 지난 4년간 신한은행을 고객 중심의 선두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정 후보 역시 신한은행에서 재무와 전략을 담당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효율적인 대처와 적극적인 돌파 노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진 회장 선임이 별 탈 없이 이뤄졌지만, 신한금융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느 때보다 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데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을 요구도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당·정·청 모두 한목소리로 은행권의 이자 장사와 담합 행위를 들여다보겠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B금융으로부터 되찾은 리딩금융 지위도 수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은행 의존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다. 지난해 기준 신한금융의 비이자이익은 2조5315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4% 줄어든 반면, 이자이익은 10조6757억원으로 17.9% 증가했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은 2030년까지의 △고객몰입 △포트폴리오 경쟁력 △디지털 역량 △HR 경쟁력 △ESG 등 핵심 전략 아젠다를 설정하고, 5개 차별화 과제와 2개의 기본 과제를 포함한 2025년 중기 전략을 수립해 차질없이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진 회장 역시 이날 취임식에서 임직원에게 고객 자긍심으로의 가치 확장과 금융업 발전 및 혁신 주도,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등을 주문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의 창업과 성장의 역사 속에는 새로운 금융, 일류 금융을 향한 간절한 바람이 새겨져 있다”며 “40여 년간 이어온 모두의 염원을 담아 일류신한, 백년신한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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