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발 국내은행 ‘뱅크런’ 가능성 낮다…MBS 변동성 확대는 불안요인”

시간 입력 2023-03-24 17:09:10 시간 수정 2023-03-24 17: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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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SVB 사태 & 크립토 윈터; 금융발 경제위기 다시오나’ 간담회
SVB, 국내 은행과 자산·부채 구조 상이…유동성 대비도 미흡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는 문제…선제적 대비 필요성 커져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 (왼쪽부터)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사진=CEO스코어데일리 DB>

각계 금융산업 전문가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은행권의 유동성·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다.

다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윤창현 의원이 24일 ‘SVB 사태 & 크립토 윈터; 금융발 경제위기 다시오나’를 주제로 연 제7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에서 최근 발생한 SVB 파산 사태와 관련한 각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SVB와 국내 은행 자산 구조 달라…리스크 발생 가능성 제한적

이날 발제를 맡은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SVB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박선영 교수는 “학술적 관점에서 일부 기업이나 지방정부 등의 파산은 단순 ‘좋지 않은 상황(Bad state)’일 뿐 금융위기라고 하기에는 어렵다”며 “전체 금융 중계 행위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때를 금융위기라고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뱅크런이 ‘뱅크 패닉’으로까지 확산하면서 급격한 자금 유출이 일어났지만, SVB 사태의 경우 자금 자체가 중소형 은행에서 대형 은행으로 이동했기에 금융 중계 기능의 손상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선영 교수는 “과거 금융위기를 초래한 부분들은 현재 많이 보강됐고,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불안감을 조성하기보다는 규제 당국을 믿고 예금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한 한국은행 금융리스크분석부장 역시 국내 금융기관과 SVB의 자산 및 부채 구조가 다르고, 각종 규제로 인해 유동성·건전성 상황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종한 부장은 “SVB 사태의 원인은 금리 상승에 취약한 특수한 자산·부채 구조에 기인한다”면서 “바젤Ⅲ 유동성 규제 적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유동성 부족 사태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융기관은 예대업무 위주의 영업구조로 총 자산 중 채권 비중이 낮고, 이에 연계된 금리 리스크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SVB 사태와 같은 운용자산 손실 확대, 뱅크런, 유동성 부족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우현 금융감독원 금융시장안정국장도 “국내 은행은 자금조달·운용구조와 규제 측면에서 SVB와 영업 특성이 상이하므로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중소서민·보험·증권 등 제2금융권의 유동성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모니터링 필요성 커져

다만 국내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리스크는 낮지만 SVB 사태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취약부문에 대한 감시 강화와 자금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 에이전시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융사들이 에이전시 모기지 등 안전 자산을 헐값에 파는 분위기가 이어지며 ‘민스키 모먼트’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민스키 모먼트는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제기한 ‘금융 불안정성 가설’ 이론으로, 불황으로 인해 채무 상환 능력이 악화한 금융사가 건전한 자산을 매각하는 시점을 뜻한다.

이종한 한은 부장은 “SVB 사태로 글로벌 금융여건이 급변할 경우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경계감 부각 및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현실화 우려 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여건 변화가 국내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요국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우현 금감원 국장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위기상황 선제대응을 위해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손실흡수능력도 제고하겠다”며 “회사별 리스크 수준을 감안한 차등적 자본 부과, 경기변동을 반영한 충당금 적립 및 취약 우려 금융회사에 대한 자본과리 강화 유도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챌린저뱅크와 종합지급결제업을 도입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장은 “경쟁강화라는 챌린저뱅크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재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기존 은행의 자본확충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관련 논의를 당분간 연기할 필요가 있다”며 “종합지급결제업의 경우 은행 수준의 규제·감독을 받지 않으면서 은행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도입 시 거시건전성 리스크가 증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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