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파산 여파?…빅3 한국투자저축은행, 4200억 유상증자 나선 까닭

시간 입력 2023-03-29 07:00:02 시간 수정 2023-03-28 17: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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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급증 여파로 대출 포트폴리오 위험 확대…재무건전성 악화
SVB 파산, 국내 저축은행 부실 위기 고조
한국금융지주, 재무건전성 개선 위한 운영자금 긴급 수혈

지난해 들어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일제히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급격히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자산 포트폴리오 위험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이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재무 여건이 악화한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도 커지자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한국금융지주는 ‘종속회사의 주요경영사항’ 공시를 통해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주식 84만주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취득 금액은 4200억원으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소유한 한국금융지주가 출자금 전액을 부담한다.

이는 한국금융지주 자기자본 7조7057억원 대비 5.45%에 해당하는 규모로 지난해 11월 500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이보다 8배 이상 많은 추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연이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서는 건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0.93%로 전년 대비 1.06%포인트 후퇴했다. 규제비율(자산 1조원 이상 8%, 1조원 미만 7%)은 상회하고 있지만 저축은행 79곳 가운데 BIS비율이 가장 저조한 대아상호저축은행(9.53%), 애큐온저축은행(10.91%)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자산 3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중 10%대를 기록한 건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유일하다.

대출 포트폴리오 위험이 확대된 것도 재무건전성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부동산PF 대출을 2021년 6932억원에서 9614억원으로 38.69% 확대했다. 이는 저축은행 업계 중 OK저축은행 다음으로 높은 규모로 전체 여신에서 부동산PF가 차지하는 비중은 12.46%에서 13.53%로 늘어났다.

부동산업 관련 대출 역시 금융당국 감독기준에 육박한다. 저축은행감독규정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동산업종 관련 대출 한도는 총 여신의 5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부동산업 관련 대출 규모는 3조355억원으로 전체 7조1065억원의 42.7%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문제는 부동산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시장이 위축되면서 부동산PF 부실 가능성이 대두됐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3월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경우 아파트 외 사업자대출비중이 80%가 넘고 고위험사업장 대출 비중은 30%로 증권(24.2%), 보험(17.4%)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부동산 경기 악화에 특히 취약하다.

최근 SVB이 유동성 위기로 파산하자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에 촉각이 곤두서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 관리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저축은행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지난해 말 기준 위험가중자산이 전년 대비 38.2% 급증하며 타 저축은행에 견줘 증가 속도가 가파른 데다 연체율 역시 전년보다 0.41%포인트 늘며 자산건전성이 뒷걸음질 쳤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위원은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개인신용대출과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 확대로 대출 포트폴리오 위험이 증가하는 추세에다 빠른 외형 성장으로 자본적정성이 저하하고 있다”며 “자본비율 관리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어서 외형 성장에 상응하는 자본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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