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연속 기준금리 연 3.5% 동결…‘금융리스크’ 통화정책 새 변수 부상
한은 금통위, 물가상승세 둔화·경기 하방 신호에 속도조절 판단
하반기 경제 불안정성 잔존…이 총재 “금리인상 가능성 열어둬야”

한국은행이 지난 2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하며 속도조절에 돌입했다. 물가상승률이 다소 주춤한 반면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해 금리를 올리기보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금융안정 상황 등을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남아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완화 기조로 경로를 변경할지 확실하지 않은 데다 주요국 금융 리스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라 불확실성은 더 커진 까닭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조정 없이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3.5% 기준금리 정점?…금통위 다수 “금리 인하 기대 과도”
이는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치에 부합한 데 따른 결과이다. 3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4.8%보다 0.6%포인트 하락한 4.2%로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올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3% 후반에 진입하고 연말에는 3%대 초반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목표치를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라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타 불확실성을 점검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중단되지 않았다는 입장은 분명히 밝혔다.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시장의 기대를 일축한 것이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 심리가 형성되면서 국내에서도 올해 내로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며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최종금리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할 단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악화로 기준금리 연내 인하 전망이 우세하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3.2%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2월 기준금리 동결 이후 금리 인상이 멈출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현상인데 한은은 단번에 선을 그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주요국 금융리스크·국제 유가 등 통화정책 새 ‘변수’
물가는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음에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주 요인으로 글로벌 금융리스크가 꼽힌다. 지난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유동성 위기로 파산한 데 이어 스위스 2대 은행 중 한 곳인 크레딧스위스(CS)마저 위기에 봉착하면서 금융시장을 흔들 새 변수가 등장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조정됐다. 한은은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도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과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OPCE+가 하루 116만 배럴 규모 추가 감산을 예고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국제유가가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하반기 물가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커졌다.
금리 인상 요인이 남았지만 경기 악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어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2월 경상수지가 5억2000만 달러 적자로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경기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 전망 수치가 떨어진 것이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은이)고려하는 건 경기 악화가 금융 안정에 미칠 영향”이라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경기 악화로 금융이 불안정하지 않도록 대응하는 데 초점을 둬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통화정책의 가장 큰 목표가 물가안정인 만큼 소비자물가가 3% 이하로 떨어져서 중장기 목표치인 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 논의는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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