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TF’ 구성
은행권, 수조원 규모 금융지원 나서
대출 확대로 피해자 부담 커질 수도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원이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급증하는 전세사기 문제에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사들까지 피해자 구제에 나섰다. 은행권과 상호금융권은 대출 이자 감면으로 피해자에 자금을 수혈하고, 카드업계 역시 결제 대금 유예 대출원리금 만기연장 등 금융 지원을 시행한다.
다만 이번 지원책이 결국 피해자의 빚을 늘린다는 측면에서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세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당국, 전세사기 TF 구축…금융사 지원책도 줄이어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피해자 구제에 나섰다.
TF는 △총괄·대외업무팀 △경매유예 점검팀 △종합금융지원센터 운영팀 등 3개 팀을 통해 전세사기 관련 제반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금융위원회와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전세사기 관련 주택의 경매·매각 상황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전일(24일) 기준 경매기일이 도래한 38건에 대한 진행상황 점검 결과, 개인채무관계 관련 경매 1건을 제외한 37건의 경매기일이 연기됐다.
은행권은 전세자금대출, 구입자금대출, 경락자금대출 등 전세사기 피해자에 수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시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53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으며,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역시 비슷한 규모를 지원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국민은행은 각 대출 시행 이후 최초 1년간 2%포인트의 금리를 감면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대출 실행 이후 1년간 이자를 전액 면제한다. 신한은행은 자금지원 외에도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소송·변호사 보수·법률상담 업무 등 비금융 지원에도 나선다.
카드업계는 전세사기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대출원리금 만기연장, 상환유예, 분할상환 등을 지원한다. 또 신용카드 결제금을 최대 6개월 청구 유예하며, 일부 카드사는 결제대금 유예종료 후 분할상환, 피해 이후 발생한 연체료 면제 또는 감면 등을 추가 지원한다.
상호금융권도 전세자금대출 금리 감면, 경락자금대출 시행 등 금융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경매를 연기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는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3%포인트 감면하고, 경락자금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설명 기자 간담회’에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 지원책 실요성은 의문…제도 개선 뒤따라야
금감원은 금융권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을 두고 ‘자율적 노력’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연초부터 이어지는 당정의 ‘이자 장사’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연초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재’ 발언 이후 금융사의 수익 구조와 임직원 성과급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금융권은 올해 들어 이달까지 산불 피해 지원, 소상공인·중소기업 자금공급, 서민 생활 안정 등 각종 금융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또 이번 지원 방안이 단순 미봉책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순 있겠으나, 결국 기존 대출에 대출을 더 얹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사기 사태가 일부 지역이 아닌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며 금융사의 손실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국 책임론도 거세다. 참여연대는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금융기관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도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2년 23조원 규모에서 2019년 100조원, 2021년 말 180조원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 보증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춰 전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전세제도의 거시경제적 위험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내고 “전세 계약은 거래 상대방 위험이 큰 불완전 계약이고, 과잉 대출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지 못하며, 주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의 보증 비율을 낮추는 것은 과도한 전세보증금이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라며 “또 이를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대출을 쉽게 만들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는 전세자금대출 보증 제도의 부작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4일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전세 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설명 기자간담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금융권 대출시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은 70%로 규제하면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빌려주는 전세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는 현행 제도는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협한다”며 “임차 가구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증금을 주택가격의 70% 이하로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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