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첫 논의됐지만…의료계 반발에 14년 만에 첫발
고객 편의 향상 vs 개인정보 유출 우려 ‘의견 대립 팽팽’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년째 국회에서 공전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며 7부 능선을 넘었지만 남은 길이 험한 모양새다. 의료·환자단체의 반발이 여전히 거센 데다가 간소화 작업을 위한 중계기관 선정까지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더미인 만큼 당장의 현실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정무위 전체회의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된 데 따른 절차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란 가입자가 직접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전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데이터를 연계해 전산으로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다.
청구 과정의 복잡성을 해소했기 때문에 귀찮음과 불편함에 청구를 포기했던 연간 3000억원 상당의 보험금이 주인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실손 의료보험 지속성 강화와 역할 정립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도 고객들이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청구 금액이 소액이라서(73.3%, 중복포함)’가 손꼽혔다. 뒤이어 ‘서류 발급을 위한 병원 방문이 귀찮아서(44%)’ 등이 자리했다.
이는 지난 2009년 국회에 처음으로 오른 뒤 보험업계의 해묵은 과제로 꾸준히 논의돼왔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의 악용을 주장하는 의료업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이라 이번 정부에서 급물살을 탄 만큼 최종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4000만 국민이 가입한 실손보험은 ‘국민보험’, ‘제2의 의료보험’으로 불려왔지만 그간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이 비효율적이고 불편했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첫발을 뗀 만큼 국민 여러분의 불편을 덜어드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상당한 수준이다. 먼저 보험사와의 팽배한 견해 차이를 고수하는 의료업계와 환자단체와의 타협이 우선시 돼야한다.
이들은 실손보험 청구 자동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꺾지 않고 있다. 의료업계는 보험사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의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환자들이 지금보다 보험금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보험사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험금 심사와 지급을 복잡하게 만들어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과정에 또 하나의 문턱을 놓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중계기관이 의료기관에 축적된 환자의 정보를 전산시스템을 활용해 보험사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앞세우고 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회 회장은 “중계기관이 환자 정보를 수집하면 정신과 진료 환자들은 더욱이 위축될 것”이라며 “치료가 필요해 병원을 찾으려던 사람조차 진료를 꺼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 역시 같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가입자의 편익을 위함보다는 보험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라며 “소액의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고액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견 통합의 쟁점인 전송대행기관(중계기관) 선정 역시 추후 논의 대상으로 남겨둔 만큼 이에 대한 합의점 도출 역시 시급한 상황이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유력했지만 의료계 등의 반발로 보험개발원 등이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을 시행령으로 위임한 상태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종 전송대행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이 선정되는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 역시 지난달 25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보험에서 (법률에서 정한 중계기관 요건인) 공공성, 보안성, 전문성이 있는 기관은 사실상 보험개발원”이라고 말한 상태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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