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맏형 KT, CEO 자격요건에 ‘ICT’만 쏙빼…‘디지털 문외한’ 낙하산 내려오나

시간 입력 2023-06-09 17:59:19 시간 수정 2023-06-09 17: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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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전문성→산업 전문성’으로 자격요건 확대
대표 자리에 ICT 문외한 ‘낙하산 인사’ 기용 우려
KT 민영화 이후 비통신·비IT 인사 전례 없어
KT측 “자격요건 강화, ICT포함 그룹 전반 전문성 필요” 해명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대표기업중에 하나인 KT가 대표이사 자격으로 ‘정보통신(ICT) 전문성’을 제외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KT측은 ICT전문가 문구를 ‘산업 전문성’으로 개념을 확대한 것이라는 입장인데,  국내 통신 맏형격인 KT 수장으로 ICT 경력이 전무한 ‘디지털 문외한’ 낙하산 인사를 기용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KT는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 자격요건 규정을 포함한 정관 일부를 변경할 것이라고 9일 공시했다. 정관상 대표 후보자의 자격요건은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기존 정관상 대표 자격요건은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력·학위 △기업경영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거경영실적, 경영기간 △기타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ICT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등이었다.

업계에서는 KT 수장 자격요건을 ‘ICT 전문성’으로 특정하지 않고 ‘산업 전문성’으로 확대한 것을 두고, 통신업과 연관이 없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한 사전 작업 이라는 평가가 많다. 앞서 지난 2월 KT 대표이사 후보 공개경쟁 모집에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ICT 경력이 전무한 인물들이 후보로 지원하기도 했다.

2002년 KT가 민영화 한 이후, KT CEO로 비 통신, 비 IT 인사로 기용된 전례가 없다. 민영화 이후 KT CEO에 선임된 이용경, 남중수, 구현모  전 대표는 KT 내부 출신인사 이고, 이명박 정부시절 KT 대표로 기용된 이석채 전 대표는 관료이기는 하지만 관련부처인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시절 기용된 황창규 전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다.        

KT가 사외이사 후보로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시절 관료인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현 한림대 총장),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등 친여권 인사를 기용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표이사 후보 심사를 담당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KT는 사외이사 후보로 최 총장과 윤 전 차관과 더불어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전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등 7인을 추천했다.

KT는 ICT 자격요건을 제외한 것과 관련 “ICT 전문성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고, 이를 포함한 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자격 요건을 완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했다고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특히 KT는 “현재 KT는 예전처럼 통신업만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 미디어,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유관 경험을 갖춘 대표이사를 선임하고자 자격요건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KT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DX) 사업에 있어서도 “KT가 DX 사업을 ICT에 국한하지 않고 금융, 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 전반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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