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대출자가 이자 갚으면 원금에서 해당 액수 감액
사실상 연체자 ‘이자 면제’…성실 차주 역차별 우려

우리은행이 연체율 관리와 상생금융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연체 차주에 대한 원금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다만 업계에서는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이 다분한 만큼 당국의 기조와 지원책의 효과성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1년간 연체이자 납입액에 대한 원금상환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연체이자를 납부한 고객(부분 납부 포함)에게 납부 금액만큼의 원금을 자동으로 상환해 주는 방식이다.
◆ 연체 대출자 원금 감면, 상생금융 실천안 일환…업계 확산 가능성도
대상은 원화 대출자 중 연체 상태 고객이나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 정책자금대출, 주택기금대출 등 일부 대출은 제외된다.
지원 한도 및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대출원금 상환에 따른 중도상환 해약금도 면제한다. 또 대출금을 전액 상환한 경우에는 캐시백으로 혜택을 제공한다.
고금리 및 실물경기 회복 지연으로 연체 중인 개인, 개인사업자, 중소기업 등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상생 금융 차원에서 진행되는 지원책이라는 게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금융비용 절감 혜택을 받는 고객을 약 4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발표한 ‘우리상생금융 3·3패키지’의 일환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현재 은행권에서 연체 고객에 대한 원금 감면책을 내놓은 사례는 처음이지만, 이 같은 방식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 역시 동시에 열린 상태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들이 다양한 상생 금융책을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보다 효과적인 상생금융 실천 방안이라고 판단될 경우 지원책을 변경할 수 있다는 이유에 따른 것이다.
현재 KB국민은행은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한 선제적 지원 방안으로 대출 연체 시 적용되는 연체이자율을 1%포인트 감면하고 가계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등의 가계부채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주택담보, 전세자금, 일반신용, 새희망홀씨 등 가계대출 신규·대환·연기에 대해 최대 1.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하고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코로나19 이차보전대출 기간의 자체 연장을 통해 금리 부담을 낮추는 상생금융 확대 종합지원책을 내놨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대출 연장 시 최대 2%포인트 금리 감면 및 7% 초과 이자 금액에 대한 원금 상환 전환, 고정금리대출 신청 중소기업에 최대 2%포인트 금리 감면, 취약 중소기업들의 재기 지원을 위해 2023년 말까지 연체 가산금리 3% 포인트 인하 등 상생안을 시행 중이다.
◆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 다분…‘연체자 양산하는 꼴’
그간 상환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까지 대출을 알선하는 금융권 태도에 대한 지적이 있어 왔다. 취약차주에 대한 소극적인 금리조정 만으로는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는 진일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의 연체자에 대한 원금 감면 프로그램이 오히려 성실 대출 차주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은행권 전반으로의 확산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연체 차주에게 원금만 갚게 하고 이자는 면제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그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이자와 원금을 갚은 성실 차주만 바보가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오히려 연체 차주를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연체 가능성에 놓였던 차주들이 연체한 뒤 원금을 탕감받는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상생금융으로 포장한 실질적인 건전성 관리 차원의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원금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내세워 연체율을 줄일 경우 우리은행의 건전성이 개선되는 데다 충당금 적립 규모를 줄이는 데 있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 순익 증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이번 지원책을 통해 약 5600억원 규모의 연체 대출을 정상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연체율은 0.28%로 여타 시중은행 대비 최대 0.08%포인트 높다. 같은 기간 국내은행의 평균 원화대출 연체율은 0.33%이다. 금융감독원이 잠정 집계한 지난 4월 말 연체율은 전달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0.37%을 기록한 만큼 우리은행의 연체율 역시 2분기 들어 상승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이번 지원책으로 연체의 장기화 방지 및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연체율의 감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은행업의 원리원칙을 깬 것”이라며 “취지는 좋으나 업계에서는 적극적인 도입 검토보다는 우리은행의 상황을 지켜보며 향후 방향성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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