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이후 너도나도 ‘부분 1위’…은행권, 퇴직연금 진짜 승자는

시간 입력 2023-07-27 07:00:02 시간 수정 2023-07-26 17: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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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 346조…전년 말보다 4.3%↑
은행권 비중 52%로 굳건해…보험 25%·증권 23%
주요 시중은행 부문별 1위 마케팅 활발

이달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 이후 은행권의 퇴직연금 고객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상반기 퇴직연금 성적표를 부문별로 쪼개가며 ‘1등’을 내세웠다. 이들 은행은 증권사로의 ‘머니무브’ 현상을 경계하는 한편, 비이자이익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은행권 퇴직연금 점유율 52%…우려하던 머니무브 없어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 345조814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권의 적립금 규모는 총 179조3882억원으로 금융권 전체의 51.9%를 차지한다. 보험업계는 87조2724억원으로 25.2%, 증권업계는 79조1534억원으로 22.9%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했다.

은행권에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IBK기업은행이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신한은행이 36조747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33조6491억원), 하나은행(29조4897억원), 기업은행(22조9590억원), 우리은행(21조3034억원), 농협은행(19조741억원)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까지도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은행권에서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업권 특성상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이 은행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은 DC형과 IRP 가입자의 별도 운용 지시가 없으면 금융사가 사전 결정한 방식으로 상품을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증권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22.3%에서 올해 상반기 0.7%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은행권 역시 점유율을 0.4%포인트 높이며 추격을 뿌리치는 모양새다. 이는 제도 시행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원리금보장 상품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적립금·수익률 내세워 마케팅

당초 예상했던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은행권에서는 고무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요 은행들은 적립금 규모나 수익률 등 각종 지표에서 유리한 부분을 내세워 1위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하나은행은 전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규모가 1위임을 강조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 1위, 올해 1분기 은행권 적립금 증가 규모 1위 등 퇴직연금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상품 중에서도 디폴트옵션의 실적을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공시한 2분기 디폴트옵션 판매·운용 실적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적립금은 약 3333억원으로 퇴직연금사업자 중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은 디폴트옵션 고위험상품1이 각각 3개월 5.83%, 6개월 14.16%로 고용노동부 발표 기준 상품 수익률 중 1위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또 7개 디폴트옵션 상품 중 4개가 연 환산 수익률 10%를 초과했다는 점도 내세웠다.

전동숙 국민은행 연금사업본부장은 “이번 높은 수익률은 고객 투자성향, 생애주기 적합도, 운용사의 인지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을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 퇴직연금 중요성 더욱 커져

은행권의 디폴트옵션 고객 유치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높아진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비이자이익을 확대해 수익원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들은 전담부서 설립 및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세미나 개최를 통한 고객 유치 등 퇴직연금 역량 강화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여기에는 고령화 시대로 인해 퇴직연금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진 만큼, 증권사들에게 점유율을 내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깔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초 ‘퇴직연금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336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이 오는 2032년 860조원으로 약 2.6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특히 고연령층의 인구 증가로 IRP 비중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으로 전 금융권의 고객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은행들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고, 여기에 안정성까지 강조하면서 점유율 수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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