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계좌 무단개설 사태 빚은 DGB대구은행…시중은행 전환 차질 불가피

시간 입력 2023-08-11 17:20:25 시간 수정 2023-08-11 17: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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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도덕적 해이 탓’…연내 시중은행 전환 계획 ‘비상’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 우선, 인가 신청서 제출 미뤄질 듯
금융위, 금감원 조사결과 토대로 심사 계획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7월 6일 대구 수성돈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중은행 전환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DGB대구은행>


실적에 눈이 먼 직원들의 일탈 행위로 DGB대구은행의 연내 시중은행 전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인가 요건과 무관하더라도 은행업의 본질인 고객 신뢰에 금이 간 만큼 당국 입장에서 쉽사리 승인하기 어려워진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계를 깨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정책의 실현 역시 명분이 희석된 실정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를 받고 현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긴급 검사를 받고 있다.

이는 앞서 대구은행이 지난 6월 30일 관련 민원 접수 후 지난달 12일부터 자체감사를 진행했던 건이다. 그러나 금감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지난 9일부터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

◆ 고객 동의 없이 계좌개설…의도적 은폐·내부통제 허술 여부 ‘중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일부 영업점 직원들은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증권계좌를 기 개설한 고객의 명의를 활용해 고객이 실제 가입하지 않은 타 증권사의 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한 예로 고객이 직접 영업점에서 작성한 A 증권사 계좌개설 신청서를 복사한 후 이를 수정해 B 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식 등도 동원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고 운영 중에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금융실명제법 위반은 물론 형법상 사문서 위조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특히 대구은행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만일 의도적 은폐 정황이 드러날 경우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까지도 내려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횡령의 경우 본인은 물론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데 대한 책임, 내부적으로 (사고 사실이) 파악됐음에도 당국에 대한 보고가 지연된 부분 등 여러 제반 책임에 대해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의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종의 부수 업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최고위층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논의 전개 과정에서 여러 부분이 점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은행 측은 내부적으로 사건 발생을 인지한 후 정상적인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조사했을 뿐, 의도적으로 보고를 지연하거나 은폐한 사실은 없다고 강하게 일축했다.

대구은행은 본건과 관련한 민원이 접수된 후 금융소비자보호부에서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건전영업행위 의심사례를 발견했다. 이후 본 내용을 검사부로 이첩하고 즉시 검사부 자체 특별(테마) 검사에 착수해 유사사례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현재는 사실관계 확인 및 직원별 소명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검사부 인지 후 바로 특별(테마) 감사에 착수해 정상적인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진행했으며 의도적 보고 지연 및 은폐 등의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며 “금감원의 검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도경영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제도보완을 통해 유사사례 발생 방지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연내 시중은행 전환 ‘불투명’…인가 신청서 제출 미뤄질 듯

아직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혐의가 대구은행 여러 영업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데 있다. 현재 파악된 것만 해도 1000여 건이 넘는다.

여기에 해당 사실을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적발한 것이 아닌 고객의 민원 접수로 알게 됐다는 점 역시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검사 결과 최종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 부족에 의한 금융사고로 판명될 경우 연내 시중은행 인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중은행 인가 심사의 초점은 기본적으로 대주주 적격성에 맞춰져 있을뿐더러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췄는지 여부는 필수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당국이 연일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상황인 데다 소비자 보호에 대한 여론 등도 상당한 만큼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 인가 권한이 있는 금융위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참고해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이와 관련해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전제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내부통제의 완비라든가 이와 관련된 고객 보호 시스템, KPI의 적정한 구비 등이 아마 향후 심사 과정에서의 점검 요소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구은행도 이번 사태로 인해 시중은행 인가 신청서를 제출 시기를 일부 늦출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당초 대구은행은 9월 말까지 시중은행 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가 신청에 앞서 내부통제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시기 등을 특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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