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택 마련 위한 '50년 만기 주담대', 은행권 출시 한 달여만에 퇴출 조짐

시간 입력 2023-08-23 07:00:08 시간 수정 2023-08-23 06: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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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BNK경남은행, 이달 중 판매 중단 결정
수협·대구은행 등 가입 연령 상한선 도입 추진
소비자 선택권 줄이는 행위…혼선 최소화 요구

<자료=각사>

‘서민 주택마련 지원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대출 만기를 획기적으로 늘리며 주목을 받았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은행권 조기 퇴출이 현실화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이 속속 상품 판매 조기 중단 조치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서민 금융지원책으로 나온 지 한 달만의 일이다. 주택 시장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하자, 금융 당국이 당초 태도를 바꾼 탓이다.

좋은 대출 기회를 놓칠세라 은행 창구마다 대출 문의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결국 금융권 변덕 탓에 ‘50년 만기 대출’은 특혜 상품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금융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금융당국의 눈치 탓에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 19일 이달 말로 판매 중단을 고시한 이래 BNK경남은행도 22일 상품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판매 중단 대열에 속속 동참할 전망이다.

판매 중단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출 자격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수협은행과 대구은행 등이  이 같은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들 은행 관계자들은 “판매 연령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50년 주담대를 취급하는 13개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수협·기업·대구·부산·경남·전북·광주·카카오) 중 만 34세 이하의 연령 제한을 두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광주은행은 50세 이하이며, 타 은행의 경우 제한이 없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퇴출에는 금융 당국 역할이 크다는 게 금융권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의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하며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까지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주요 관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속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전반적으로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대출 증가세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대다수의 은행에서 연령 제한 등의 대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정책의 잦은 변동으로 인해 금융 소비자들의 혼선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국에서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은행 창구로 몰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개 은행의 주담대 취급액은 지난 18일 기준 2조641억원 수준이다. 출시 한 달 만인 지난 9일 1조2610억원이 넘어난 데 이어 일주일 남짓 사이에 8000억원(70%) 이상 불어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기조에 즉각 반응하는 은행권의 행보를 두고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니라 금융 소비자는 무시한 것이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우선 혜택을 누린 사람만 수혜를 입은 것은 물론, 나이 제한 등의 조처가 오히려 소비자 역차별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5일 출시된 NH농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의 판매 기간은 두 달도 채 되지 않는다. BNK경남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판매기간은 더 짧다. 지난 14일 취급을 결정한 것을 고려하면 판매 기간은 2주에 불과하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상품 출시 한 달여 만에 판매 종료를 결정한 것은 결론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줄인 것”이라며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강구하는 상황 속 선의의 정책으로 인해 실질적인 수요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50년 만기 주담대 옥죄기 기조에 시중은행이 우선 관리 대상이 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보험사들이 단발적인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단 조치에 속속 동참하는 시중은행들과 달리, 생명과 손해보험사들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지속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 중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는 곳은 △한화생명(1월 11일) △삼성화재(8월 1일) △삼성생명(8월 7일) 등이다. 아울러 현재 해당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보험사들도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도입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역시 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은행권보다는 늦게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부 수혜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취급 보험사들 역시 연령 제한을 두고 있는 데다 당국 기조에 어긋난다는 부담 요소도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이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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