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술신용대출 ‘뚝’…1년새 31조원↓

시간 입력 2024-01-04 07:00:00 시간 수정 2024-01-04 08: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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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기술신용대출 잔액 310조
경남·제주은행 제외한 15개 은행 모두 감소
고금리에 수요·공급 위축…깐깐한 심사 영향도

한때 340조원을 넘어섰던 국내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1년 새 30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309조96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2%(31조3869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출 누적 건수는 74만1070건으로 15.9% 줄었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한 창업·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담보로 받는 대출 상품이다. 은행권은 관련 제도가 도입된 2014년부터 해당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시중은행 네 곳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38조2850억원으로 20.0% 줄며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은행(35조5588억원, 19.2%↓) 하나은행(38조1211억원, 10.4%↓), 신한은행(43조3604억원, 9.1%↓) 순으로 집계됐다.

IBK기업·KDB산업·수출입·NH농협·Sh수협은행 등 특수은행 5곳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022년 10월 132조1509억원에서 지난해 10월 129조445억원으로 2.4% 감소했다. 다만 기업은행(103조5395억원)의 경우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역할에 걸맞게 0.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방은행은 BNK경남은행(8조5167억원, 9.3%↑)과 제주은행(1941억원, 16.3%↑)를 제외한 모든 은행에서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축소됐다. 감소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은행으로 2022년 10월 514억원에서 지난해 10월 116억원으로 77.4% 급감했다.

국내 은행권이 기술금융대출 규모를 전반적으로 축소한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2021년 말 3.37%에서 2022년 말 5.76%로 치솟은 뒤 지난해 11월까지 5%대를 유지했다.

또 연체율 상승 등으로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 영향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10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5%로 전월 말보다 0.06%포인트, 전년 동월 말보다 0.25%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기술금융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졌다는 점도 기술신용대출 잔액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2년 하반기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 기업이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기술신용평가(TCB) 기준을 높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소기업과 은행권의 금리 부담은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상생금융 압박과 건전성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여전한 만큼, 기술신용대출이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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