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문턱 높이니 실적 뚝…은행권 기술금융 ‘옥석가리기’ 본격화

시간 입력 2024-03-07 07:00:00 시간 수정 2024-03-06 17: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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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잔액 1년 새 21조↓
5대 은행 모두 잔액 줄어
지방은행은 경남·제주만 증가
금융당국, TCB 제도 개선 예고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집행 실적이 1년 새 크게 줄었다. 심사에 활용되는 ‘기술신용평가(TCB)’의 발급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무분별하게 대출을 집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TCB 제도 개선을 예고한 만큼,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집행 실적은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306조1169억원으로 1년 전보다 6.4%(20조8169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누적 건수는 72만3590건으로 13.5%(11만2736건) 줄었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한 창업·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담보로 받는 대출 상품이다. 은행권은 관련 제도가 도입된 2014년부터 해당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취급 규모가 적은 SC제일은행(454억원, 14.2%↑)과 특수은행인 IBK기업은행(104조332억원, .7%↑)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에서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했다.

대형은행 5곳 중 KB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 1월 말 43조3637억원에서 올해 1월 말 34조9744억원으로 19.3%(8조3893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35조1150억원으로 17.7%(7조5468억원) 줄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38조619억원, 43조7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0.4%(4조3976억원), 3.6%(1조5858억원) 감소했다. 농협은행은 3.1%(6818억원) 줄어든 21조22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방은행의 경우 9.1%(7149억원) 증가한 BNK경남은행(8조5783억원)과 16.1%(271억원) 증가한 제주은행(1958억원)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감소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은행으로 지난해 1월 351억원에서 올해 1월 98억원으로 72.2% 급감했다.

은행권이 기술신용대출 규모를 전반적으로 축소한 배경으로 금융당국의 까다로워진 심사기준이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2년 하반기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기술신용대출을 받기 위한 사전절차인 TCB의 발급기준을 강화했다.

자격에 맞지 않는 기업이 기술신용대출 대상에 포함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올해 1월 금융위 정기감사 결과 발표에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기술자격을 근거로 발급된 TCB 평가서 3856건을 표본 점검한 결과 49%(1890건)이 부실로 판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감사원은 “자격증 보유자가 없는 경영컨설팅업체나 대상이 아닌 자격증을 보유한 자동차수리업체, 심지어 도용된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주유소도 TCB 평가서를 발급받고 있었다”며 “금융위는 평가 품질이 미흡한 TCB 평가기관의 평가서를 여전히 기술금융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평가품질이 미흡한 TCB평가기관의 평가서를 감점해 평가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고 기술평가가 연계되는 정책에 참여를 제한해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또 TCB 제도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평가기관에 대해서 영업정지 등이 가능하도록 신용정보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금리가 이어지며 기존 기술신용대출이 상환되는 경우가 많고, 금융당국이 TCB 발급 기준을 강화하면서 신규 대출 취급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당국의 제도 개선 이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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