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대감 일축한 이창용 한은 총재 “섣부른 완화 기조, 재인상 부를 수도”

시간 입력 2024-06-12 17:24:40 시간 수정 2024-06-12 17: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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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수준의 물가 수렴 확신 전까지 긴축 기조 유지해야”
“내수 회복세 약화,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 우려 고려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74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유수정 기자>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은 정책 기조 전환 시기에 따른 상충관계를 고려해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e)’의 원칙을 되새겨볼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74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물가가 목표치로 수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사실상 금리 인하와 관련한 시장의 기대감을 다시 한번 일축한 셈이다.

현재 대한민국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3.5%로, 시장에서는 유례없는 고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통위가 지난해 1월 13일 기준금리를 직전 회의 대비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11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하며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 따른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기 이후 반도체 등의 높은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금리 탓에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 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6월호’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 기조 유지로 소비 여력이 약화하면서 상품 소비와 밀접한 소매 판매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하는 등 고금리 기조는 내수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으며 “물가의 추세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2.2%)이 물가안정목표(2.0%)에 근접한 만큼 통화정책 긴축 정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이창용 총재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잠정치)이 예상을 상회하는 등 우리경제의 회복세가 당초 우려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성장 지표 뒤에는 수출과 내수의 회복세 차이가 완연하고 내수 부문별로도 체감 온도가 상이한 상황”이라고 말문을 뗐다.

이어 “물가상승률도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위험이 커진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도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여러 경제주체가 겪고 있는 고통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물가가 제대로 안정되지 않으면 실질소득의 감소, 높은 생활물가 등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며 “섣부른 완화 기조로의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10차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예상 밖 성장에 따른 물가를 경계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 데 의견을 함께한 셈이다.

이 총재는 너무 이른 정책 기조의 전환은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환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내수 회복세 약화와 더불어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충분한 공감을 내비치며 “다양한 시나리오별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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