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비 주가 22.5% 하락…주요 은행주는 두 자릿수 상승
은행보다 플랫폼 성격 강해…여신 성장 둔화 우려도
실적 호조에도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주요 은행주와 대조적이다. 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지 못한 데다, 금융당국 정책으로 대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2만1700원으로 연초(1월 2일) 대비 22.5% 하락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1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1% 증가했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여신과 수신은 각각 전년 말보다 2조6000억원, 5조8000억원 증가한 41조3000억원, 53조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1분기 순익이 줄어든 주요 은행주들이 주가가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KB금융지주는 8일 종가 기준 8만6900원으로 연초보다 62.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5만2000원, 6만4100원으로 각각 32.1%, 49.8% 올랐다. 우리금융 역시 1만4740원으로 14.8% 오르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들 은행주의 주가 상승 배경에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깔렸다. 정부는 지난 1월 프로그램에 대한 구상을 밝힌 데 이어, 최근 ‘역동경제 로드맵 및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기업 밸류업 혜택 방안을 구체화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주주환원을 확대한 기업에 배당 및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증가금액 중 직전 3년 대비 5% 초과분에 법인세 5%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투자자에게는 분리과세 혜택과 소득세율 인하 혜택이 부여된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전통적인 은행주가 아닌 ‘플랫폼’ 성격이 강한 것으로 시장은 판단하고 있다. 또 주주환원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중간배당 등을 시행하는 다른 금융지주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으로 여겨진다.
사업 측면에서도 주가 하방 요인이 존재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확대를 옥죄면서 카카오뱅크의 여신 성장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끌어들였던 주택담보대출 성장세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2분기 원화대출 성장률은 2.3% 수준으로 당초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3만1000원에서 2만7500원으로 하향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대출자산의 성장성 둔화, 주식시장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선호도 약화, 전통 은행주의 강세 지속 등 카카오뱅크의 투자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평했다.
대주주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2부(부장검사 장대규) 9일 오전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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