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은행, 주담대 금리 인상 예고
당국 경고 이후 한 달만
가을 이사철 수요 및 금리 인하 기대감 커져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다시 인상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맞은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커지며 연말 대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0.2%포인트 인상한다.
같은 날 연립과 다세대 등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2%포인트, 오피스텔 담보대출 금리는 0.1%포인트 오른다. 비대면 상품인 ‘우리WON주택대출’의 금리는 0.2%포인트 상승한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4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상품에 적용되던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삭제할 예정이다. 신규구입자금과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높인다.
대형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한 것은 한 달 만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따라 지난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총 22차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7월 연 3.50%에서 8월 3.51%로 0.01%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은행채 5년물 금리 등 주요 지표금리가 하락했지만,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등을 위해 가산금리를 올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5일 “가계대출 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은행권은 금리를 높이는 대신 조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계대출 관리 정책방향을 선회했다.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가계대출 조건을 강화하던 은행들이 재차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충분히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함에 따라 가계대출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869억원으로 8월 말보다 2조7227억원 늘었다. 이는 2020년 11월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던 8월 증가폭(9조6259억원)의 27% 수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이달 전체 증가액은 4조1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 등이 효과를 냈을 것”이라면서도 “길었던 추석 연휴를 고려하면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도 커졌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 불확실성이 커지며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외에도 대출 접수 채널을 줄이는 물리적 조치도 단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7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집단잔금대출의 대출모집인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또 다른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를 위해 은행들이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들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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