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혹은 ‘쇄신’, 임기만료 앞둔 5대 은행장 연임 향방은

시간 입력 2024-11-27 07:00:00 시간 수정 2024-11-27 09: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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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우리은행장 사퇴 의사 밝혀…부당대출 사태가 발목
이재근 국민은행장 ‘2+1’ 임기…다른 행장은 모두 초임
재무적 성과는 합격점…내부통제 이슈가 연임 가를 듯

올해 말 국내 주요 시중은행 수장들의 임기가 일제히 만료된다. 재무적 성과와 별개로 각종 금융사고로 인한 내부통제 문제가 이들 은행장의 연임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은행은 이미 은행장 교체 수순에 들어갔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말 모두 만료된다.

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가장 먼저 결정된 곳은 우리은행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전날 우리금융 이사회에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 행장은 지난해 7일 취임 이후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우리은행의 영업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여기에 비은행 부문 경쟁력 제고에도 나서면서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2조5244억원)을 전년 동기보다 10.2% 증가했다.

하지만 전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태가 조 행장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 조 행장은 최근 검찰의 부당대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앞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22일 정례 이사회에서 조 행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했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는 이르면 오는 28일께 발표될 예정이다.

첫 2년 임기를 마친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연임도 불투명하다. 올해 들어 배임, 횡령 등 각종 금융사고가 잇달아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제를 지속해서 들여다보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농협은행에서 업무상 배임 3건, 횡령 6건, 금융실명제 위반 1건 등 총 1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규모는 293억원이 넘는다.

이 행장 임기 내 농협중앙회장이 교체된 점도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올해 취임 후 발표한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에는 중대 사고와 관련한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지난 2022년 1월 취임 후 지난해 말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최대 변수로 거론됐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자율배상을 통해 잡음 없이 해결했다는 평이다.

허인 전 행장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재연임(2+1+1)했던 만큼, 이 행장의 재연임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KB뱅크 인도네시아(옛 부코핀은행)의 부실 문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KB뱅크 인도네시아의 경영 상황에 부정적인 시선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경우 통상 2+1년이라는 최고경영자(CEO) 인사 기조를 고려하면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정 행장은 책무구조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금융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데다,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사고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재무적 성과도 뚜렷하다. 신한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102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법인 순익은 전년 동기보다 24.0% 증가한 4343억원으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행장이 취임한 지난해 하나은행은 순익 기준 리딩뱅크 자리에 올랐다. 올해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780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5% 증가했다. 이 행장도 금융사고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평이다.

KB금융그룹은 이날 계열사 대표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차기 행장은 다음 달 중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은 은행장들의 거취가 재무적 성과보다 리스크 관리에 판가름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마련하고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등 내부통제 관리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요구에 주요 은행들이 부응할지 관심”이라며 “주요 금융지주에서 경영 연속성보다 쇄신을 택할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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