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시장에도 AI 훈풍 분다…삼성·SK, 고성능·고용량 SSD 앞세워 주도권 확보 사활

시간 입력 2024-12-11 18:02:19 시간 수정 2024-12-11 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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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LLM 학습 위한 데이터 저장 공간 필요성↑
QLC 기반 고성능 SSD 주목…삼성·SK만 유일 생산
‘글로벌 톱2’ 삼성·SK, 차세대 낸드 경쟁력 제고 박차

전 세계를 휩쓴 AI(인공지능) 열풍이 메모리 업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반도체 구동에 필수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로 D램 업황을 크게 개선시킨 데 이어 그간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낸드플래시도 빠르게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LM(거대언어모델) 학습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 저장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추세는 K-반도체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뿐만 아니라 낸드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서다. 삼성·SK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신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낸드 시장에서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35.2%로 집계됐다. 전 세계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삼성은 독보적인 1위에 랭크됐다.

2위는 SK하이닉스였다. 올 3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20.6%를 기록했다.

삼성과 SK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무려 55.8%에 달한다. 사실상 전 세계에 공급되고 있는 낸드 제품 2개 중 1개는 K-반도체가 양산한 제품인 셈이다.

이러한 과점 체제 속에서 K-반도체의 낸드 매출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낸드 매출은 62억달러(약 8조8809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도 36억3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 기준 올 3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 규모가 176억750만달러라는 점을 고려할 때,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을 K-반도체가 거둬들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스마트폰용, PC용 낸드 제품 출하량이 감소했지만 북미 등 주요 시장의 강력한 기업용 SSD 수요가 이를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실제로 삼성·SK의 낸드 매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AI 열풍으로 인한 고성능 SSD 수요 확대가 지목된다.

그동안 낸드는 HBM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D램에 밀려 AI의 수혜를 오롯이 받지 못했다.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는 데이터 저장장치에 주로 사용된다. 이에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는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주요 빅테크의 AI 서버 수요가 예상을 크게 뛰어 넘으면서 SSD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AI 추론 단계에서 알고리즘을 빠르게 동작하기 위해선 LLM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보관할 공간이 요구된다. 이에 가장 적합한 선택지로 부상한 것이 고성능 SSD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K-반도체가 고성능 SSD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낸드 업계에서 관심을 쏟고 있는 기술은 대용량 QLC(Quad Level Cell)다. QLC는 셀 하나에 4자리 데이터를 담을 수 있어 동일한 칩 크기에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QLC 기반의 기업용 SSD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QLC 9세대 V낸드’. <사진=삼성전자>

올 9월 삼성전자는 초고용량 SSD인 ‘1Tb QLC 9세대 V낸드’를 업계 최초로 양산했다. 올 4월 업계 최초로 ‘1Tb TLC(Triple Level Cell) 9세대 V낸드’ 양산에 돌입한지 불과 5개월여 만에 한층 고도화된 낸드 제품을 공개한 것이다.

삼성 9세대 V낸드는 ‘채널 홀 에칭’ 기술을 활용해 더블 스택 구조 중 업계 최고 단수인 280단대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채널 홀 에칭은 몰드 층을 순차적으로 적층한 다음 한번에 전자가 이동하는 홀(채널 홀)을 만드는 기술이다.

특히 이번 QLC 9세대 V낸드는 셀과 페리(셀의 동작을 관장하는 각종 회로)의 면적을 최소화해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해 비트 밀도가 약 86% 증가했다.

V낸드의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층간·층별 셀 특성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에 이번 V낸드 제품에 ‘디자인드 몰드’ 기술을 활용해 전작 대비 데이터 보존 성능을 20% 높였다.

또 이번 9세대 QLC는 셀의 상태 변화를 예측해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는 ‘예측 프로그램 기술’ 혁신을 통해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쓰기 성능은 100%,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60% 개선했다.

아울러 낸드 셀을 구동하는 전압을 낮추고 필요한 비트라인(BL)만 센싱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한 ‘저전력 설계 기술’로 데이터 읽기, 쓰기 소비 전력도 각각 약 30%, 50% 감소시켰다.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이 출시한 세계 최대 용량 122TB AI 낸드플래시 솔루션 eSSD ‘D5-P5336’.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첨단 낸드 제품을 출시하며 삼성전자의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은 현존 낸드 솔루션 최대 용량인 122TB를 구현한 QLC 기반 eSSD(기업용 SSD) ‘D5-P5336’을 지난달 출시했다.

솔리다임 관계자는 “솔리다임은 QLC 기반 고용량 SSD를 업계 최초로 상용화해 2018년부터 누적 100EB 이상의 제품을 공급하며, AI 낸드 솔루션 시장을 주도해 왔다”며 “이번 D5-P5336은 기존 61.44TB 제품보다 용량이 2배 커진 제품으로, 또한번 기술 한계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 용량은 물론,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성과 공간 효율성을 갖춘 122TB eSSD는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글로벌 고객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덧붙였다.

이번 신제품은 세계 최초로 5년 간 무제한 임의 쓰기(Random Write)를 할 수 있는 수준의 내구성을 갖췄다. 이에 데이터 집약적인 AI 작업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제품으로 NAS(Network Attached Storage)를 구축할 경우, 기존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SSD 혼용 방식보다 저장장치 탑재 공간은 4분의 1로 줄고, 전력 소비는 최대 84%까지 절감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NAS는 네트워크로 접속해 데이터에 접근하는 용도의 저장장치 시스템이다.

아울러 고객이 공간 제약이 있는 엣지 서버(Edge Server)를 구축할 때, 그동안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TLC 기반 30TB SSD 대신 이 제품을 적용하면 같은 면적에 4배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TB당 전력 밀도도 3.4배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엣지 서버는 대형 중앙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것과 유사한 컴퓨팅 기능을 사용자에 물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서 수행해주는 서버다.

솔리다임은 현재 글로벌 고객사와 함께 D5-P5336에 대한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증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1분기부터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운 삼성과 SK는 고성능 SSD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우월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낸드 주도권을 거머쥔 셈이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낸드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삼성·SK는 내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반도체 학회인 ‘고체회로학회(ISSCC) 2025’에서 고용량 낸드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처음으로 1Tb 용량의 400단 TLC 낸드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발 중인 400단대 낸드는 기존 제품 대비 75% 이상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제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400단대 낸드를 내년 하반기께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321단 제품의 2Tb 기술 관련 논문을 발표한다. 2Tb 기술은 현재 주력인 1Tb를 뛰어 넘는 차세대 기술이다.

최근 글로벌 낸드 시장은 고용량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메모리 용량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SK는 향후 수년 내 등장할 500~600단 제품에 2Tb 기술이 도입될 것으로 보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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