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익 6.5조 전망치 하회
HBM 주도권 내줘…범용 메모리는 중국 저가공세 ‘겹악재’
삼성 HBM, 엔비디아 테스트 1년 가까이 통과 못 해
젠슨 황, CES서 삼성에 “새 설계 필요” 주문
삼성 반도체, HBM 새 설계 나설지 ‘촉각’
[라스베이거스(미국)=오창영 기자] =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혁신 AI(인공지능)에서 전 세계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삼성전자에 예기치 못한 비보가 날아 들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6조원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 시대 주력 메모리칩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 주도권을 내준데다, 일반 범용 메모리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로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가 CES가 열리는 현장에서 삼성의 HBM에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짚으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 주력제품인 ‘HBM3E’는 근 1년이 다 돼 가도록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 2조8200억원 대비 130.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치인 7조원대에 미달하고,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영업익 9조1800억원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너무 크다.
실적부진의 주 요인은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부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스마트폰, PC 등 IT 수요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거세지며 삼성 반도체의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했다.
삼성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 설명 자료를 내고,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IT용 제품 위주로 업황이 악화하면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PC·모바일 중심의 범용 제품 수요 약세 속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면서도 “그러나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및 선단 공정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생산 능력 증대) 비용이 크게 늘면서 영업익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D램, 낸드플래시 등의 공급 과잉으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한 데 이어 고객사 재고 조정 영향까지 맞물리면서 메모리 출하량과 ASP(평균판매가격)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 모두 가동률 하락과 일회성 비용 반영 등으로 인해 적자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의 부진과 함께 AI 시대 날로 치열해지는 HBM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실적부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DS 부문은 HBM 분야에서 큰 부침을 겪고 있다. 삼성은 글로벌 AI 칩 공룡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었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려 고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SK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38%의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무려 15%p에 달한다.
위기를 느낀 삼성이 기술 초격차 전략을 기반으로 HBM 역량을 강화해 SK의 턱 밑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24Gb D램 칩을 TSV(실리콘관통전극)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H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HBM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같은해 10월에는 엔비디아의 HMB3E 품질 테스트를 조속히 통과하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늘려 나갈 것이라는 깜짝 발표도 있었다.
그러나 삼성이 공언한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삼성 HBM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사이 SK하이닉스가 HBM3E 12단 제품을 먼저 개발한 삼성전자를 제치고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납품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으로서는 AI 메모리 경쟁에서 밀려 제품 양산에 돌입하지도 못하고, 자존심을 구기고 만 것이다.
삼성 반도체 위기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멘트가 시장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황 CEO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호텔에서 글로벌 기자 간담회를 갖고 “삼성전자의 HBM이 성공할 것이라 자신한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했다. 이날 황 CEO는 삼성전자의 HBM과 관련해 “현재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며 “내일(8일)이 수요일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처럼 삼성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치켜 세웠다. 특히 그는 “원래 엔비디아가 사용한 첫 HBM은 삼성 제품이었다”며 “(HBM 시장에서) 회복할 것(Recover)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황 CEO는 “삼성은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한다(They have to engineer a new design)”고 단서를 달았다. 삼성이 근 1년이 다 돼 가도록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기대치에 맞는 HBM 칩을 새로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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