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피지컬 AI 시대 온다”…삼성 볼리·LG Q9 등 AI 로봇 연내 출시
가전·IT 기기 간 초연결 통해 스마트홈 구현…K-가전, AI 선도 기업 도약
첨단 기술·제품, 예년보다 보기 어려워…“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 지적도

1월 7~10일 나흘 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 부스. <사진=오창영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가 성황리에 끝났다. 매년 연초에 열리는 CES는 첨단 기술 트렌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CEO스코어데일리는 올해 CES 현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을 조명하고, 차세대 인사이트를 짚어주는 기획 시리즈를 진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삼성전자, LG전자 등 K-가전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한층 강력해진 AI(인공지능) 솔루션을 제안하며 미래 일상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들은 가전, IT 기기 간 초연결을 통해 어떤 공간에서든 AI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시대를 성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로봇 등 실체가 있는 AI 기술들이 차세대 신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다만 예년과 달리 눈에 띄는 신제품이나 첨단 기술을 많이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현지시간으로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 CES의 주제는 ‘다이브 인(Dive in)’으로, 기술을 통해 연결하고(Connect), 문제를 해결하며(Solve),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자(Discover)는 메시지를 담았다. 올해 CES에서는 일상에 녹아든 최첨단 AI 기술과 이를 통해 달라질 우리 미래를 집중 조명했다.
이번 전시회는 개막 전부터 세계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가 8년 만에 기조 연설에 나서 AI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황 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기조 연설을 통해 “다음은 ‘피지컬(physical) AI’ 시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인간의 모습을 한 AI 기반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처럼 물리적 실체가 있는 AI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공개된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 <사진=오창영 기자>
황 CEO의 예측대로 올해 CES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피지컬 AI가 관심 받는 자리였다. 국내 주요 기업 역시 피지컬 AI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피지컬 AI 시대, 삼성은 로봇에 주목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7일(현지시간) 기자 간담회에서 “로봇이 AI를 만나면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며 로봇을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로봇 분야에서 그다지 앞서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우리도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황 CEO의 기조 연설을 언급하며 “휴머노이드 계획이 빨라질 것 같다”며 “우리도 휴머노이드까지 같이 간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 부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기술”과 같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기술 관련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그게 제품으로 반영돼 나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대체 불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며 “이 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 화두를 던진 만큼 (삼성전자는) 그 제품을 아마 올 하반기부터 시작해 내년에 내놓을 예정이다”고 전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의 올 상반기 출시 계획도 깜짝 발표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올해 5~6월 중 최초 출시할 예정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또한 삼성은 ‘홈(Home) AI’를 CES 전면에 내세우며 AI 선도 기업으로의 도약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CES 2025에서 ‘모두를 위한 AI’라는 주제 아래, AI 기술과 스마트싱스(SmartThins)로 연결성을 강화하고, 다양해진 주거 형태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한층 개인화된 AI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홈 AI를 선보인 바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하고, 건강을 관리하거나 가족이나 반려동물을 꼼꼼히 케어할 수 있는 미래 일상을 제안했다.
한 부회장은 “AI 기능이 탑재된 제품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 제품 간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알아서 잘, 깔끔하고 센스 있게 맞춰주는 홈 AI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1월 7~10일 나흘 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 마련된 LG전자 전시 부스. <사진=오창영 기자>
LG도 다가올 피지컬 AI 시대에 대비해 로봇 사업에 힘을 쏟기로 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너무 광범위해 어떤 영역에 집중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면서 “다만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이라는 비전 아래, 가사 노동 해방을 실현하기 위해선 홈 영역에서 로봇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LG전자는 올 하반기 이동형 AI 홈 허브 ‘Q9’의 출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단 로봇뿐만 아니다. LG는 ‘공감지능(AI)’ 기술이 가져 올 미래 일상의 가치와 편리함을 제시하기도 했다. 생성형 AI를 탑재한 ‘LG 씽큐 온(ThinQ ON)’, 온디바이스(On device) AI 기반의 콘셉트 제품 등 다양한 AI 홈 허브를 통해 집 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로 고객의 말과 행동,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연결된 IoT(사물 인터넷) 기기를 최적의 상태로 제어하는 것이다.
AI 홈 허브는 집 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로 잠을 자고 있는 고객의 심박수와 호흡, 기침 등을 분석해 평소 냉수를 마시던 고객에게 온수를 제안하거나, 집 안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이번 CES에선 비전 AI 기반의 콘셉트 차량도 눈길을 끌었다. ‘인캐빈 센싱(운전자 및 차량 내부 공간 감지)’ 솔루션은 주변 사물, 사람, 신호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비전 AI 기술과 카메라, 센서로 수집한 차량 내 정보를 기반으로 주행 편의 기능을 강화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다.
AI 홈을 모빌리티로 확대한 이동식 맞춤 공간 ‘MX(모바일경험) 플랫폼’도 주목 받았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AI 가전, IoT(사물 인터넷) 기기 등을 선택적으로 조합해 차량 내부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이향은 LG전자 HS사업본부 CX담당은 “최근 부상 중인 차량을 개조하는 트렌드에 맞춰 MX플랫폼을 선보이게 됐다”며 “올해 안에 해당 플랫폼 사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1월 7~10일 나흘 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내 LG전자 전시 부스에 설치된 투명 OLED 디스플레이 조형물. <사진=오창영 기자>
그러나 혁신 제품과 기술이 소개되는 자리라는 CES의 명성이 무색하게도 올해 삼성·LG는 예년에 비해 신제품과 첨단 기술을 적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기반의 혁신성을 뽐낸 제품과 기술이 다수 전시됐지만 ‘유레카’를 외칠 만한 제품·기술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K-가전도 이같은 분석에 동조했다. 조주완 사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경쟁사 부스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와 테크 기업, 스타트업 등 여러 전시 부스를 돌아봤는데, 솔직히 하드웨어 관점에서는 달라진 게 보이지 않았다”며 “올해 CES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보다는 대부분 소프트웨어나 플랫폼, AI 등 보이지 않는 쪽으로 전시됐다”고 말했다.
삼성·LG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소프트웨어나 플랫폼, AI 등을 집중 전시한 것은 전 세계 가전 시장 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자사가 보유한 혁신 기술과 제품을 공개하기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가전 시장의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이 K-가전을 따라 베끼는 것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이번 CES에 참가한 하이센스, TCL 등 중국 가전 업체들은 전시 부스에 TV, 냉장고, 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 제품들을 설치했다. 이들 제품은 마치 삼성전자, LG전자 등에서 제작된 것으로 착각할 만큼 흡사한 디자인과 유사한 기능 등을 갖추고 있었다. 카피캣 전략으로 K-가전을 따라 만든 제품을 앞세워 올해 CES에 참가한 것이다.

1월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 마련된 LG이노텍 전시 부스. <사진=오창영 기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엔 전시 부스에서 미래 비전 등 가치 지향적인 내용만 강조하고, 내밀한 신기술이나 제품은 초대받은 관람객만 들여다볼 수 있는 프라이빗 부스를 별도로 선보이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LVCC 웨스트홀에 약 330㎡(약 100평)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하고, 트레이드 마크인 미래차 목업(모형)을 정중앙에 배치했다. 목업에는 카메라 부품과 센싱 부품, 조명 부품 등이 대거 탑재됐다.
다만 세부 제품은 프라이빗 부스에서만 공개했다. 일반 관람객들은 목업 뒤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제품 설명과 시나리오를 볼 수 있게 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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