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신탁수수료수익 7302억원…1년 전보다 7%↓
국민·신한·하나은행, ELS 여파에 수익 줄어
당국 제도개선에 쏠리는 눈…판매채널 제한에 회복 불투명

국내 시중은행의 신탁수수료수익이 1년 새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주요 은행들의 ELS 판매가 중단된 영향이다. 이달 금융당국의 ELS 판매 개선 방안 발표 이후 은행들의 ELS 취급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판매량을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신탁수수료이익은 7302억원으로 1년 전보다 7.0% 줄었다.
신탁은 금융사가 고객의 자산을 맡아 운용해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운용 기간이 긴 만큼, 장기간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은행 비이자 사업 부문의 효자 수입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해 초 홍콩H지수 ELS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며 은행들의 신탁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은 지난해 2월 이후 ELS 판매를 자체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국민은행의 신탁수수료이익은 지난해 기준 1825억원으로 1년 새 24.1% 감소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1753억원, 2038억원으로 각각 3.6%, 3.3% 줄었다.
반면 우리은행의 신탁수수료이익은 2023년 1517억원에서 지난해 1686억원으로 11.1% 증가했다. 홍콩H지수 ELS 사태 당시 판매액이 가장 적었던 우리은행은 ELS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은행권의 ELS 판매제도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ELS 판매도 재개될 전망이지만, 신탁수수료이익이 회복되길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 파생결합펀드(DLF)부터 ELS까지 대규모 손실 사태가 이어지며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 탓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열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는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금지(1안) △지역별 거점점포에 한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허용(2안) △은행 내 판매 창구 분리(3안) 등 세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은행 내 창구를 분리하는 3안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금지를 다룬 1안의 경우 소비자의 상품 접근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세미나 당시 이인균 은행연합회 본부장은 “은행을 통한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를 제한할 경우 금융소비자의 금융상품 접근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은행의 판매 창구 분리 및 금투상품 안내 강화 등과 함께 사전 교육을 이수한 소비자에게만 판매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판매를 지역별 거점점포로 한정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영업점 어디에서나 제한 없이 ELS를 판매해온 데 비하면 문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된 책무구조도 역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ELS 판매에 나설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 부실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담당 임원에게 지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20개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경영진의 단기 실적주의에 따른 밀어내기식 영업관행으로 인해 ELS 등 고위험 상품으로 판매가 쏠리며 금융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감독당국과 은행권이 마련 중인 개선방안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경영진이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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