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폭탄, 더 앞당겨지나…“한달 안에 반도체·자동차 관세 부과”

시간 입력 2025-02-20 17:16:47 시간 수정 2025-02-20 17: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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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초 올 4월 2일께 관세 부과 예정…며칠 새 번복
K-반도체·자동차, 美 관세 리스크 대응할 대책 마련 시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달 내에 반도체,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초 올해 4월 2일 전후로 관세를 매길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이 시기를 더 앞당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우리 기업들의 근심이 한껏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19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프라이오리티 서밋’ 연설에서 “한달 안에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를 올 4월 2일께 내놓을 것이라고 재확인한 바 있다. 이에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관세도 비슷한 시기에 부과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반도체,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가 더 일찍 매겨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당장 K-반도체, K-자동차는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서둘러 대응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했다.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33억7000만달러 대비 3배 넘게 급증한 수치다.

K-반도체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미 정부의 대중 관세에 따른 반사이익 덕분이다. 앞서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산 반도체에 25% 관세를 적용했다. 지난해 5월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반도체 관세율을 50%로 끌어올렸다.

AI(인공지능)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열풍도 한몫했다. K-반도체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38%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삼성·SK의 점유율 합산은 91%로,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산 반도체의 인기가 고공행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달 내에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아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K-반도체의 경쟁력은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이 지금보다 4.7~8.3%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와 야적장에 야적된 완성차. <사진=연합뉴스>

또다른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도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은 자동차였다. 자동차 전체 수출 물량의 절반은 미국에서 판매됐다. 이에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규모는 347억달러에 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관세 없이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저하돼,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의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자동차 등 전략 수출 품목이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직접적인 타깃이 된 가운데, 관세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기업들이 미 현지에 서둘러 생산 거점을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업계의 분석에 더욱 힘을 보탰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단히 말해 그들(반도체·자동차 기업 등)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며 “그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그들은 관세를 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는 우리 재정에 수조달러를 가져올 것이다”고 주장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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