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ELS 판매 채널 ‘거점점포’로 제한
판매 대상 소비자 적합성 원칙도 재정비
거점점포 배치 및 상품 판매 한도 등 은행 자율에 맡겨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홍콩H지수 기초 ELS 현황 및 대책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의 은행권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채널을 거점 점포로 제한하는 종합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같은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거점 점포의 구성과 규모, 성과보상체계(KPI) 산정 등을 은행 자율에 맡기면서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 금융당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예방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초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만이다.
◇ 거점점포에서만 ELS 판매…판매 대상 적합성 원칙 개선
ELS는 주가지수 변동과 연계해 수익과 손실을 결정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대폭 하락해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녹인(Knock-in)이 발생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홍콩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불완전판매’를 자행했던 것으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ELS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상당수의 금융소비자가 고난도 금투상품을 원금보장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전문지식과 판매경력을 보유한 전담 직원을 배치한 거점점포에서만 ELS 판매가 가능토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ELS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익률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높은 확률로 정기예금보다 약간의 이자를 더 주지만 유의미한 확률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비대칭적 수익률 구조를 일반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판매가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대상에 대한 ‘적합성’ 원칙도 재정비했다. 은행은 투자자 정보 확인·성향 분석 시 거래 목적과 재산 상황, 투자성상품 취득·처분 경험, 상품 이해도, 위험에 대한 태도, 연령 등 6개 필수확인 정보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또 소비자가 감수할 수 있는 기대손실 항목을 보다 세부화해 권유대상 상품 선정에 반영토록 했다. 은행은 기존 원금보존 필요, 10% 손실 가능, 20% 손실 가능, 전액 손실 가능에 ‘50% 손실’, ‘70% 손실’ 등을 추가해야 한다.
아울러 은행의 KPI도 단기 영업실적보다 고객 이익을 우선할 수 있도록 재설계한다. 예를 들어 위험도가 높은 상품 판매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고, 만기가 있는 상품은 금융소비자의 만기 손익을 반영하는 식이다.
김 부위원장은 “소비자의 인식 및 은행의 책임성 제고를 위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소개영업 실적의 은행 KPI 반영을 금지하는 등 판매 관행을 개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판매 채널 축소에 소비자 불편 우려…자율에 따른 실효성 지적도
금융당국의 이번 종합 대책은 판매 채널을 축소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낮추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채널을 제한함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기준 3900여곳의 5대 은행 점포 가운데 5%에서 10% 수준, 즉 전국 200~400곳 점포에서 ELS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거점점포에서만 ELS와 같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경우 금융소비자의 접근성 및 선택권 제한에 따른 투자 기회 상실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부족한 판매채널로 인해 비대면으로 가입수요가 몰린다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가입을 원하는 디지털 취약계층이 소외되는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의 적합성 평가와 ELS 상품 판매 과정을 제외한 내용 대부분에서 은행권의 자율성을 강조한 점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부분이다.
금융위는 은행이 특정 지역 내에서 거점점포를 운영할지 여부 등은 영업상 자율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금융상품 판매 승인 및 판매 한도 결정 등도 은행 비예금상품위원회에서 절차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다. KPI 개선도 은행에 우선 자율적으로 맡기고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관련 KPI 운영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운영 과정에서 여러 모범사례를 제시해 은행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불완전판매 발생 시 금융소비자법상 금전제재와 기관·개인제재를 엄격히 적용해 불완전판매 유인을 차단하고,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를 위반한 대표이사나 임원 등에 대해서도 엄격한 책임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아무리 판매 채널을 조정하더라도 전반적인 은행영업 방식이나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남겨놓을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은행이 영업할 때 소비자를 보호해야겠다는 원칙,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이해도가) 부족한 사람에게 판매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 홍콩H지수 ELS 손실 확정 계좌는 17만건으로 원금 10조4000억원 중 4조6000억원이 손실을 봤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자율배상 분쟁조정기준을 마련해 자율배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체 배상진행 계좌 16만9000건 중 93.8%가 자율배상에 최종 동의한 상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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