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엔비디아·AMD 등 빅테크에 IFS 공동 투자 제안
‘인텔 파운드리 구하기’ 나선 미국·대만, 끈끈한 밀월
파운드리 2인자 삼성 ‘위기’…삼성 내부서도 “비상 상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가 미국 인텔 구하기에 발벗고 나섰다. 특히 TSMC가 엔비디아, AMD 등 빅테크와 합작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텔 파운드리 인수 의지를 내비치면서 미국·대만 간 밀월 관계는 한층 깊어지는 모습이다.
TSMC부터 엔비디아, AMD 등 인텔 인수 대연합의 출현 가능성에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2위 삼성전자의 고심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TSMC가 인텔을 품으며 파운드리 시장 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경우, 삼성의 입지는 급속도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AI(인공지능)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브로드컴, 퀄컴 등 주요 빅테크에 인텔 인수를 위한 공통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 계획에는 합작 회사 형태로 TSMC가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부문을 직접 운영하되 지분율은 50%를 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지분 20%를 사들이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이전 소식보다 훨씬 확대된 인수 규모다.
앞서 지난달 17일 연합보 등 대만 언론은 TSMC가 IFS 부문의 지분 20%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인텔에서 분사할 예정인 IFS 관련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TSMC가 지분 인수 방법으로 출자 등을 고심 중이다”고 말했다.
TSMC가 인텔의 파운드리사업부 인수를 고려하고 나선 것은 자국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이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TSMC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로 인해 인텔 공장 지분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TSMC 관계자들과 만나 TSMC와 인텔 간의 협업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논의는 매우 초기 단계로, 양사가 향후 어떤 구조로 파트너십을 맺을지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TSMC가 인텔의 반도체공장을 완전히 운영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연합보 등의 보도가 잇따라 나온 지 얼마 안 돼 TSMC가 주요 빅테크와 함께 IFS 지분 확보 의사를 타진했다는 구체적인 소식이 나오면서, TSMC의 인텔 파운드리 인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TSMC의 행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 비위 맞추기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이후 “대만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약 98%를 차지하는 곳이다”며 “그들(대만)이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겐 돈이 필요하지 않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그 인센티브는 그들이 25%, 50%, 심지어 100%의 관세를 내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고강도 관세를 부과할 조짐을 보이자 위기감을 느낀 TSMC는 인텔 구하기라는 회유책으로 트럼프발 관세 위기를 회피하려는 전략을 세웠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빅테크 입장에서도 TSMC와의 인텔 파운드리 인수 공동 투자가 나쁜 제안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AI 칩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TSMC는 미국 내 인텔 반도체공장을 활용해 부족한 현지 생산 능력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고, 빅테크는 AI 반도체 파운드리 물량을 적기에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TSMC와 엔비디아·AMD 등 빅테크 동맹이 인텔 파운드리를 인수하기까지 상당 시일이 더 소요되긴 하겠지만, 실제 실현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미 반도체 산업 재건이라는 숙원을 풀게 된다.
한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인텔은 2021년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고, 세계 1·2위인 TSMC,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텔은 초미세 공정인 18A(1.8나노) 기술 개발에 적극 매진하며 선단 공정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아직 18A 공정 기반 반도체 양산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기술력 측면에서 고객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텔은 최근 극심한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고,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는 등 사실상 파운드리 사업에서 백기를 든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TSMC가 인텔 파운드리를 품게 되면 미국의 파운드리 기술 수준은 빠르게 고도화될 수 있다. 인텔을 중심으로 미 반도체 왕국을 다시 세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욕이 TSMC를 통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대만 간 연합 전선 구축은 글로벌 시장 내 TSMC의 영향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삼성전자에게 치명적인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대만 자유시보는 “TSMC가 인텔 공장을 인수하면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것이다”며 “삼성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8.1%를 기록한 삼성전자였다.
이에 삼성과 TSMC 간 점유율 격차는 무려 59.0%p나 됐다. 세계 2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삼성 파운드리가 TSMC를 따라잡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이런 와중에 TSMC와 주요 빅테크의 인텔 인수가 현실화되면 파운드리 2인자 삼성전자의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와 초미세 공정 투자를 이어 온 인텔이 힘을 합치고, 엔비디아, AMD 등 주요 빅테크가 이들에게 AI 반도체 양산을 주문할 경우, 삼성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대만의 파트너십이 강화되면 TSMC·인텔·빅테크 연합에 일감이 집중될 것이다”며 “결국 삼성전자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삼성 파운드리는 엄청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주요 빅테크를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미 현지서 파운드리공장을 운영 중인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고객 수요는 여전히 늘지 않고 있다. 이에 삼성은 매 분기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가 고전하면서 투자 규모는 줄어들었고, 반도체 수율 또한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도 “비상 상황에 처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은 모바일·PC 등 업황 반등 지연에 따른 수요 약세로 어려운 여건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고객사 재고 조정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삼성 파운드리는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술 초격차 전략을 기반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어드밴스드(첨단) 노드는 중장기 수요 확보가 중요한 만큼 기존 양산 공정의 안정적 수율 확보와 신규 공정의 적기 개발 및 양산 성공으로 다양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