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즉생’ 정공법 내놨다…“HBM3E 2분기 출격, 로봇·메디텍 공격 투자”

시간 입력 2025-03-19 17:38:25 시간 수정 2025-03-19 17: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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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9일 수원컨벤션센터서 ‘제56기 정기 주총’ 개최
주주 잇단 성토…“주가 부진·HBM 등 반도체 경쟁력 약화”
한종희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압도적 역량 확보 못 해”
“AI 기반 인텔리전스, 로봇·메드텍 등 신사업 통해 재도약”
‘HBM 재건’ 사활…전영현 “빠르면 2분기 HBM3E 출격”

삼성전자가 눈앞에 닥친 복합 위기를 타개하고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복합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문에 따라,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을 조속히 제고하고, AI(인공지능) 기반 인텔리전스 구현, 로봇·메드텍 등 신성장동력 육성 등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19일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 투자자,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6기 정기 주주 총회(주총)’를 개최했다.

주총 의장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반도체 산업의 경쟁 심화, IT 기술 급변 등 경영 여건이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매출 300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경영 성과을 소개했다.

이어 “전략적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강화 등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인터브랜드 평가 기준으로 사상 첫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5년 연속 글로벌 5위를 수성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부회장은 “올해는 거시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운 한해가 예상된다”면서도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 사회에 공헌한다’는 삼성의 경영 철학에 집중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AI 산업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차세대 반도체·로봇·메드텍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주주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당부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 부회장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총장은 주주들의 성토로 가득 찼다.

먼저 주주들은 주총 안건 심의 과정에서 이뤄진 질의응답 시간에 주가 부진 이유와 주가 부양 대책 등을 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부회장은 “최근 주가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삼성은 지난해 변화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주요 제품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어 “삼성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트럼프발 관세 이슈와 이에 대응하는 대상국 보복 관세 움직임이 글로벌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영진과 임직원 모두 주가 회복의 핵심 키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과 기술 경쟁력 회복임을 잘 알고 있다”며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겠다”고 전했다.

19일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 총회’에 전시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사진=삼성전자>

이를 위한 방책으로 한 부회장은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서 AI 등 차세대 기술 역량과 고객 중심의 혁신을 결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경험을 창출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워치, 버즈 등 모바일 제품 전체에 갤럭시 AI를 확대 적용해 모바일 AI 시대를 주도하고, TV도 고객의 취향에 맞춰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AI 스크린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은 AI 기반의 맞춤형 고객 경험을 확대키로 했다.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통해 초연결되는 삼성 AI 제품은 차별화된 AI로 모두를 위한 인텔리전스를 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는 AI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제품에 직접 탑재할 수 있는 삼성전자만의 온디바이스(On device) AI의 강점을 활용하고, 구글 등 빅테크의 AI와도 협력해 차세대 AI 혁신에 대응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로봇 사업에서도 선도적 입지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은 AI 홈 컴패니언 ‘볼리’ 등 신규 로봇 사업을 본격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또 사업장 내 제조봇, 키친봇 제조를 통해 확보한 핵심 기술과 데이터를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에 활용하는 ‘개발 선순환 체계’도 마련해 발 빠른 기술 검증과 고도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로봇 AI와 휴머노이드 분야의 국내외 우수 업체, 학계와 협력하고 유망 기술에 대한 투자와 인수도 지속 추진한다.

메드텍 분야에선 의료·건강 관리와 IT 기술을 접목한 토탈 헬스 케어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초음파 진단 기기 외 사업 영역 확대를 검토하고, AI 혁신을 기반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한다는 게 삼성의 복안이다.

기후 온난화로 수요가 증가하고 에너지 효율성이 더욱 강조되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 차량 내 탑승자 경험을 제고하기 위한 차량용 디지털 콕핏, 카오디오,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전장 사업 등에서도 성장 기회를 적극 발굴한다.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아울러 이날 주주들은 삼성 반도체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쏟아냈다. 한 주주는 엔비디아에 삼성 ‘HBM3E’ 납품이 지연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질책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재작년부터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안 되고 있다”며 “현재 엔비디아의 요구 사항에 어느 정도까지 맞췄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부회장은 “현재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HBM 제품 경쟁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며 “이같은 노력의 결과는 빠르면 올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전 부회장은 “AI 경쟁 시대에 HBM이 핵심 메모리인데, 시장 트렌드를 조금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조직 개편이나 기술 개발을 위한 토대는 다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세대 HBM인 ‘HBM4’나 커스텀 HBM 같은 차세대 HBM에서는 이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며 “다시는 주주들께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산 반도체의 저가 공세에 따른 타개 전략이 수립됐는지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D램이나 낸드플래시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DDR4나 LPDDR4 같은 로우엔드(low-end)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은 하이엔드 시장을 중심으로 HBM, DDR5, LPDDR5, 고성능 서버향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같은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자 한다”며 “범용 제품에 대해서는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19일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 총회’. <사진=삼성전자>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및 시스템LSI 사업에 대한 주주 질의도 잇따랐다.

한 주주는 세계 1위 대만 TSMC와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현재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로 양산하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고, 선단 공정 기술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율을 빨리 올려 최단 기간에 수익성 창출 시점에 도달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다”고 소개했다.

이와 더불어 삼성은 선단 공정 PPA(소비 전력·성능·면적)를 개선해 고객사를 선제적으로 확보함과 동시에 초도·성숙 수율을 개선해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파운드리 전략을 내세웠다.

시스템LSI사업부에서 개발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엑시노스’가 삼성 내에서도 사용되지 않는다는 주주 우려에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AI 시대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람의 완전체를 구성하듯 온디바이스 AI 솔루션으로 핵심 기술을 개발해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삼성은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탑재를 위해 온디바이스 생성형 AI용 SoC(시스템온칩) 솔루션의 성능 극대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극저조 등 차별화된 이미지 센서 기술을 개발해 플래그십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화소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19일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 총회’. <사진=삼성전자>

전 부회장은 올해를 DS 부문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해로 만들기 위해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고, 도전과 몰입의 반도체 조직 문화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성장을 위해 차세대 기술과 제품 역량을 강화해 반도체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며 “고성장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공정 수익성 제고를 통해 고수익 사업구조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메모리는 특성과 품질에 대해 타협 없는 R&D를 통해 신공정과 최첨단 기술 경쟁력을 되찾겠다”며 “VCT(수직 채널 트랜지스터)와 본딩 등 기술 초격차에 집중해 미래 반도체 개발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래 성장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와 R&D 투자를 과감히 추진해 나가겠다”며 “삼성 반도체가 어떤 환경에서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차별화된 제품과 기술 리더십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향후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 중시 경영을 이어 나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해 11월에는 회사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10조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3개월 간 1차로 취득한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은 지난달 완료했다”며 “2차로 시작한 3조원의 자사주 매입도 충실하게 진행해 앞으로도 주주 중시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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