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26일 SK서린빌딩서 ‘제34기 정기 주총’ 개최
주주 잇단 성토…“주가 부진에 주주 가치 제고 미흡”
장용호 “비핵심 자산 매각·포트폴리오 개선 등 추진”
최태원, 사내이사 재선임…향후 3년 간 리밸런싱 탄력
운영 개선·본원적 경쟁력 강화 통해 가치 상승 주도

SK그룹이 불확실성 시대, 위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AI(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등 그룹 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에 올해 더 속도를 낸다.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주사 SK㈜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책임 경영 환경을 다시금 구축한 만큼 전 그룹사 차원에서 리밸런싱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K㈜는 2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제34기 정기 주주 총회(주총)’를 개최했다.
주총 의장인 장용호 SK㈜ CEO(최고경영자) 사장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국내 정세 불안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컸던 지난해 SK㈜는 배당 수익과 브랜드 수입을 기반으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3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고 경영 성과를 소개했다. 이어 “지난해 자회사 지분과 투자 포트폴리오의 매각을 적극 추진해 다수의 거래도 성사시켰다”고 덧붙였다.
특히 장 사장은 “올해도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기존 위험 요소들이 계속돼 우호적인 외부 환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SK㈜는 변동성이 높은 대외 여건에도 기업의 생존을 담보하고 지속적인 성장과 주주 가치 상승을 위해 체질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적극적 리밸런싱과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며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하고 신성장 투자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장용호 SK㈜ CEO 사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제34기 정기 주주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
장 사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총장은 주주들의 성토로 가득 찼다. 주주들은 주총 안건 심의 과정에서 이뤄진 질의응답 시간에 주가 부진 이유와 주주 가치 제고 계획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주는 “SK㈜는 상장사기 때문에 경영 성과에 합당한 주가 유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현재 SK㈜의 시가 총액(시총)은 7조원대로, 국내에서의 SK 위상을 고려할 때 부끄러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액주주 입장에선 주가나 배당 외엔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는데, 적어도 상장사라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은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장 사장은 “주가가 부진한 부분에 대해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지난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등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문제는 국내에선 지주사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크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외국 자본이 철수하고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리소스가 축소된 부분이 (저평가에)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는 SK㈜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고민하는 부분이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회사 가치는 결국 재무구조와 현금흐름 개선 등이 중요하다”며 “올해 비핵심 자산 매각, 포트폴리오 개선, 자회사 기업 가치 제고 등을 지속한다면 미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제34기 정기 주주 총회’. <사진=오창영 기자>
SK그룹은 올해 리밸런싱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최 회장은 이미 지난해 다가올 시장의 큰 파고(Big Wave)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그룹 리밸런싱을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운영 개선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운영 개선은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제반 경영 활동이자 경영 전략이다.
당시 SK그룹은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원의 FCF(잉여현금흐름)를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올해 초 SK그룹 구성원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운영 개선의 빠른 추진을 통한 경영의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영 개선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경영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접목해야 하는 ‘경영의 기본기’로 자리잡아야 함과 동시에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모든 경영의 요소들이 그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운영 개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는 우리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만큼 불편하고 힘들 수도 있다”면서도 “SK 고유의 ‘패기’로 끈기 있고 집요하게 도전하며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협업 한다면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리밸런싱 선언 이후, SK그룹내 주요 계열사들은 기업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SK그릅내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손익·현금흐름 개선, 자산 매각 등이 본격화하면서 그룹 재무구조가 빠르게 안정화 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45%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28%로 줄어 들었다. 또한 영업이익도 2023년 2조400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3분기 18조200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SK는 이같은 소기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리밸런싱을 더욱 가속화해 SK그룹의 재무 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특히 지난 2016년부터 SK㈜ 등기 이사를 맡아온 최 회장이 이날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그룹 전반에 걸쳐 추진 중인 리밸런싱 작업은 향후 3년 간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장 사장은 최 회장의 사내이사 추천 이유에 대해 “최태원 후보자는 SK㈜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임하며, 회사와 그룹이 변화하는 시장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했다”며 “글로벌 산업계, 금융계, 정계를 아우르는 협력 생태계 구축 활동을 활발히 수행해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및 반도체 분야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 비전을 수립하고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 기술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그룹 차원의 대형 사업 진출도 적극 추진해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성사 시키는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회사의 가치 상승을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리밸런싱의 설계자라 봐도 무방한 최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또한번 수행하게 된 만큼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안정적 재무구조 구축, 본원적 경쟁력 강화 등 SK 사업 비전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기자 간담회를 통해 SK그룹을 넘어 한국 경제에 대한 리밸런싱도 시사했다. 그는 앞서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리스크가 어느 게 크다 적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불확실성이 너무 커지는 ‘슈퍼 언노운(unknown)’ 형태가 계속되면 기업의 결정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용량 초과, 한도 초과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고, 기업 뿐 아니라 자영업자, 일반 시민도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며 “이같은 상황이 쉽고 빠르게 풀려날 것 같다는 희망을 갖기에는 조금 불안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AI(인공지능)발 산업 패러다임 변환 등 ‘삼각 파도’에 이어 최근 불거진 정치 문제까지 총 4가지 폭풍에 휘말렸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새로운 경제 모델 △대한민국 포지셔닝의 재설정 △기업·정부 간 원팀 등의 전략을 제시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SK㈜는 이날 정기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 모든 안건을 원안 가결했다.
주총 직후 이사회에서는 6년 임기가 끝나 물러나는 염재호 사외이사의 뒤를 이어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인 김선희 사외이사가 의장으로 신규 선출됐다. SK㈜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2019년부터 사외이사에 이사회 의장을 맡기고 있다.
SK 관계자는 “SK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면서 “기업 가치 제고 활동에 한층 속도를 내기 위해 이사회에서 현장의 경영 감각이 살아있는 현직 전문 경영인을 의장으로 선출했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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