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2025년 제1차 금융노동포럼 개최
인터넷은행 성장·수도권 집중 속 지방은행 역할 재조명
지역자금 순환 위한 금융정책 정비 요구

18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2025년 제1차 금융노동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지역경제의 기반을 지탱해 온 지방은행이 디지털 금융 확산과 수도권 중심의 산업 구조 속에서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지방소멸과 자금의 역외 유출이 가속하는 가운데, 지방은행의 공공성과 존재 가치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이 함께하는 ‘2025년 제1차 금융노동포럼’이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지방소멸 위기와 수도권 금융 집중화로 지역 자금 순환이 악화하는 가운데, 지방은행의 존립 근거를 재조명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상원 동아대학교 금융학과 교수는 “지방은행의 존립 문제는 단순히 개별 금융사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방은행이 오랜 기간 지역 중소기업과 주민에게 밀착형 금융을 제공하며 지역 내 자금 순환과 경제 활성화를 견인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시중은행의 영업망 확장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과 급속한 성장세가 지방은행의 위상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총자산은 약 115조2000억원으로, 지방은행 6곳의 총자산(약 264조원)의 43.6% 수준에 해당한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자산은 60조4000억원으로 전북·제주·광주·부산은행 등 4개 지방은행보다도 큰 규모다.
이로 인해 여·수신 점유율 하락, 상품 경쟁력 열세, 자본 규모의 제약 등으로 지방은행이 겪는 구조적 한계가 심화하고 있으며, 단순한 경영 효율성 논리만으로는 지방은행의 존재 가치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효율성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일관된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방은행 활성화 정책을 위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정책금융 연계를 통한 지역 중소기업 자금 지원 강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강화 △지역재투자 평가제도 개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금융정책과 정책금융 지원 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지역금융의 현황 진단과 지방은행의 역할 재정립을 주제로 다양한 제언이 이어졌다.
정진철 조선대학교 교수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방은행들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경쟁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나 싶다”며 “지역의 사회적 경제, 또는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지방은행이 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주 BNK경영연구원 부장은 지역소멸 위기와 지방은행 위기를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수익성 위주의 경쟁입찰 등이 이어지면 규모와 기술력에서 뒤처져 있는 지방은행은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창영 iM금융지주 ESG전략경영연구소장은 지방은행의 역할을 단순히 지역에 본점을 둔 은행이 아니라, 지역 내 자금 선순환과 산업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은행’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지방은행이라는 명칭은 지역경제 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주체로서 적합하지 않기에 지역은행으로서 개념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능과 책임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법적 정의를 통해 지방은행의 공공성과 정책 연계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만 전국금융산업노조 광주은행지부 위원장은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이 오히려 지방은행의 본질적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행동주의펀드와 경영진의 단기 실적과 배당에 매몰된 현 체제는 지역금융이라는 본래 목적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무분별한 배당 유인을 제어하고 지역 공공기관은 주주로 참여해 지방은행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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