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기업대출 잔액 20년 만에 감소…건전성 우선, 은행권 옥석가리기 나서

시간 입력 2025-04-22 07:00:00 시간 수정 2025-04-21 17: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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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자금 지원 ‘선별 대응’ 기조 강화
RWA 관리·연체율 상승에 취급 확대 신중

국내 은행권이 기업대출 확대에 신중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건전성과 위험가중자산 관리 필요성이 맞물리며 보수적 대출 전략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324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1000억원 줄었다. 3월 기준 전월 대비 감소세를 기록한 건 2005년 3월 이후 20년 만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825조2093억원으로 2월 말보다 2조4937억원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대체로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은행권은 이번 대출 감소가 단순한 수요 위축보다는 공급 조절의 성격이 짙다고 설명한다.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차주군에 대한 여신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체율 지표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1월 말 기준 0.61%로 전월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폭(0.05%포인트)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중소기업 부문의 연체율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7%로 0.15%포인트 올랐다. 세부적으로 중소법인은 0.82%로 0.18%포인트, 개인사업자대출은 0.70%로 0.10%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각각 0.20%, 0.14%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이처럼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의 신용지표가 빠르게 악화하면서, 은행권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여신심사 기준을 전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기업대출을 확대하기보다는 부실 가능성이 낮은 차주에 대한 선별적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기업대출 축소 흐름의 배경에는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압박도 작용하고 있다. 5대 은행의 RWA은 지난해 말 기준 995조4673억원으로 전년보다 9.4% 증가했다.

바젤Ⅲ 규제 체계는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기 때문에 기업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RWA가 증가하고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에 부담이 커진다. 이는 금융지주의 배당 여력은 물론, 중장기 자본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관세충격과 환율 불안 등 대외 변수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라고 은행권에 주문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정책금융기관뿐 아니라 시중은행에도 역할 분담을 요구하는 기조다.

은행권은 정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자본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일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생산적인 금융 확대를 위한 대출에 대해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규제와 관련한 위험가중치를 하향하고, 요구자본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딜레마 해소를 위한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높아진 경제하방 압력에 대응할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관세 충격이 큰 수출기업, 협력업체 및 산업단지 인접 자영업자 등의 현장 애로를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금융권이 관세대응에 필요한 자금지원 여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자본·유동성 규제 합리화 등 필요한 감독행정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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