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1년새 영업규모 3.5조↑…비이자이익 확대 속도
지난해 4대 은행 유가증권 영업규모 444조…1년새 3.3조↑
유가증권 손익 지난해 11조410억원, 전년비 25% 감소

비이자이익 확대에 목마른 국내 시중은행이 유가증권 운용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은행의 유가증권은 주식과 채권 매매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비이자이익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접어든 기준금리 완화 정책에 따라 이자이익이 줄어들 위기에 처한 만큼 유가증권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채권 가치가 하락하며 관련 수익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양새를 유지했다.
24일 각 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유가증권 영업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44조1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40조6970억원)보다 3조3179억원(0.75%) 증가한 수준이다.
유가증권은 은행계정과 신탁계정을 통합한 것으로 원화, 외화, 역외외화 증권을 포함한다. 지분증권(주식)과 채무증권(채권) 매매를 통해 거둬들인 손익이 비이자이익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은행권에서 공을 들이는 사업 중 하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영업규모가 가장 큰 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의 유가증권 영업규모는 93조9671억원으로, 전년 동기(90조4637억원)보다 3조5034억원(3.87%) 늘었다.
구체적으로 은행계정이 1조7402억원 늘어난 80조6797억원을 기록했으며, 신탁계정은 1조7632억원 늘어난 13조2874억원으로 은행과 신탁계정 모두 늘었다.
아울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유가증권 영업규모가 1년새 늘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1조6410억원 늘어난 11조880억원, 하나은행의 경우에는 1조3499억원 늘어난 113조9864억원의 유가증권 영업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유가증권 규모가 가장 컸던 KB국민은행의 영업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들며 전체 시중은행의 유가증권 영업규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유가증권 영업규모는 3조1764억원(-2.58%) 감소한 119조9734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계정은 5조724억원 늘어난 101조297억원을 기록했으나 신탁계정이 18조9437억원으로 1년새 8조2488억원 가량 줄어든 결과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유가증권 영업규모의 확대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포지션 구축과 더불어 전행 자산 계획, 트레이더들의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시중은행의 유가증권 영업규모가 1년새 늘어났으나, 유가증권 관련 운용손익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양새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이 유가증권을 통해 벌어들인 손익은 11조410억원으로, 전년(14조7994억원)보다 25.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 운용손익은 은행이 증권 매매를 통한 손익과 외환, 파생 등 각 금융 상품의 시세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 주식 투자에 대한 배당금과 함께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반영한 금액으로 집계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유가증권 운용손익이 지난해 말 1조2248억원으로, 전년(3조4818억원)보다 64.82% 급감하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뒤를 이어 유가증권 영업규모가 줄었던 KB국민은행 역시 48.49% 감소한 2조2044억원의 운용손익을 기록했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유가증권 운용손익이 줄어든 데는 길어졌던 고금리 상황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 2월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0%에서 0.25%포인트 내린 2.7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한 건 지난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한은은 이달 열린 회의에서도 2.75%로 금리를 동결했다.
최근 들어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있는 상황이나,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의 기준금리는 3%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처럼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 평가손익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시중은행이 보유한 채권 가치마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통화정책 완화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은행들은 유가증권 영업 등 비이자이익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금융당국 역시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시중은행을 지속 주목하고 있는 만큼,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제는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된 것 같다”면서 금리 결정이 시장 원리에 따라 이뤄지는지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달 “지난해 10월 이후 세 차례 인하된 기준금리가 가계·기업 대출금리에 파급된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겠다”면서 은행권 가산금리 조사 방침을 내비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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