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4대 은행 연체율 0.35%…1년새 0.06%p↑
NPL 잔액도 증가…1년새 1조2000억 가량 늘어
내수 부진 지속에 한계기업·가계 늘어난 영향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가늠하는 가장 기초적 지표인 연체율이 1년새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에 따라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과 가계가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2분기 들어 미국의 관세 위협까지 본격화될 경우 국내 한계 기업의 사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시중은행은 건전성 지표를 면밀히 살피며 타이트하게 관리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분기 연체율은 단순 평균 0.35%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0.29%)보다 0.06%p(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1분기 연체율이 0.35%로, 전년 동기(0.25%)보다 0.10%포인트 오르며 상승폭이 가장 컸다. 뒤이어 우리은행의 연체율이 0.37%로, 전년(0.28%)보다 0.09%포인트 늘어나며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또한 각각 0.03%포인트 오른 0.32%, 0.02%포인트 오른 0.34%의 연체율을 기록하며 4대 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일제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이 오른다는 것은 향후 부실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대출 잔액 역시 1년새 크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4대 은행의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4조82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3조6120억원)보다 33.53% 가량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NPL 잔액이 1조570억원으로, 전년 동기(6750억원)보다 56.59% 늘어나며 증가폭이 가장 컸다. 뒤이어 △신한은행 1조1280억원(전년 대비 30.10% 증가) △KB국민은행 1조6060억원(27.97% 증가) △하나은행 1조320억원(26.63% 증가) 등의 순으로 1년새 증가폭이 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 전체적으로 신용 사이클 회복이 지연되며 NPL 잔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 증가와 함께 취약계층 고객들의 어려움 역시 지속적으로 커지며 올해까지는 연체율과 NPL비율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은행권은 기존 충분히 확보해 놓은 손실 흡수 여력과 함께 건전성에 대해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과 관리를 통해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무역 갈등은 물론, 국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산적해 있는 만큼 각 은행에서는 건전성 지표를 면밀히 살펴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건전성에 대해선 당연히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지만, 경영계획 세운 범위 내에서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타사에 비해 건전성 부문에서 우위에 있지만 충분히 타이트하게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이성욱 우리금융그룹 부사장은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있으나, 대내외 여러 이슈들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되며 건전성 우려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금융은 보다 강화된 리스크 관리 역량을 통해 기업 대출 우량 자산 비율을 86% 유지 중이며,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도 갖춰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에서도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향후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 등에 대비해 은행권에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적극적인 연체·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토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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