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 사이클] ② “엔비디아·구글, 줄을 서시오”…삼성 vs SK, ‘HBM4’ 누가 기선 잡나

시간 입력 2026-01-13 07:00:00 시간 수정 2026-01-12 17: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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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AMD·구글 등 빅테크, 첨단 AI 칩 출시 본격화
차세대 ‘HBM4’ 수요 급증 전망…삼성·SK, 최대 수혜주
SK, HBM4 16단 공개…삼성은 엔비디아 테스트서 호평
K-반도체, HBM 리더십 앞세워 글로벌 시장 선점 박차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HBM(고대역폭메모리)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 여기에 메모리 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낙관론까지 제기되면서 K-반도체는 AI 메모리인 HBM 패권을 차지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HBM 1등’ SK하이닉스는 올해 6세대 HBM ‘HBM4’ 양산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선두 자리를 더욱 굳건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HBM4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 올려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의 위상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대형 금융사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 전망치는 546억달러(약 80조1473억원)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346억달러 대비 무려 58% 증가한 수치다.

이뿐만 아니다. HBM의 성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제기됐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는 지난해 12월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실적 발표 당시, 전 세계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350억달러에서 2028년 1000억달러(약 146조7700억원)로 고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약 40%에 달한다.

HBM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관측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주요 빅테크가 앞다퉈 첨단 AI 반도체를 선보이며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는 올 하반기 차세대 슈퍼 칩 ‘베라 루빈(VR)’을 출시한다고 선언했다, 경쟁사인 AMD도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랙 ‘헬리오스’를 연내 내놓는다고 맞불을 놨다. 여기에 AI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판한 구글이 TPU(텐서처리장치)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등판했다.

올해부터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AMD의 헬리오스, 구글의 TPU 등 첨단 AI 반도체 각축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HBM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 것이란 분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고도의 작업을 빠르게 해내는 고성능 AI 칩을 구동하기 위해선 HBM과 같은 AI 메모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수록 HBM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SK하이닉스 HBM4 16단 48GB. <사진=SK하이닉스>

이들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칩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반도체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HBM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생산량 보다 HBM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요-공급의 역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57%에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22%를 기록했다. 이로써 K-반도체의 시장 점유율은 무려 79%나 됐다. 사실상 전 세계에 공급된 HBM 5개 중 4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인 것이다.

전 세계 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삼성·SK의 HBM 리더십은 이제 차세대 HBM4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AMD, 구글 등 주요 빅테크가 공개한 첨단 AI 칩에는 HBM4가 전격 탑재될 예정이다. K-반도체는 HBM4 역량 제고에 박차를 가하며 시장 지배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HBM4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단연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HBM4 12단 제품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 아래, 같은해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

SK HBM4는 핵심 파트너인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성능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1위 TSMC와의 패키징 기술 협업을 강화해 HBM 경쟁력을 더욱 드높였다. 청주 M15X 팹 구축에 이어 ‘HBM 전담’ 기술 조직을 만들고, ‘글로벌 AI 리서치 센터’, ‘글로벌 생산 인프라’를 신설하는 등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채비도 마쳤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HBM4를 출하한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6세대 HBM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4분기부터 출하할 예정이다”며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HBM 1등 기술력을 통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최상의 스펙을 갖추며 적극 대응해 왔다”며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객사 요구에 맞춘 HBM4 샘플을 제작했고, 대량 공급을 위한 생산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5년 5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아 SK HBM4·HBM3E에 남긴 메시지와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SK HBM4에 대한 평가는 압도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방문해 “HBM4를 잘 지원해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SK의 기술 초격차 전략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가장 주목 받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부상했다. 경쟁사보다 앞서 HBM4 16단 48GB를 최초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해당 HBM 제품은 업계 최고 속도인 11.7Gbps를 구현한 HBM4 12단 36GB의 후속 모델로, 고객사 일정에 맞춰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 HBM4에 대한 앞날은 매우 밝다. 스위스 금융사 UBS는 SK하이닉스가 올해 HBM4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지난해 3분기 세계 HBM 시장 2위 자리 탈환에 성공한 삼성은 SK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최근엔 HBM4과 관련해 큰 호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를 방문해 HBM4에 대한 SIP(시스템인패키지) 테스트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삼성 HBM4가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메모리 업체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iP는 여러 개의 칩, 컴포넌트 등을 하나의 시스템 반도체로 집적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에 SIP 테스트는 속도, 전력 효율, 발열, 신호, 안정성 등 반도체 성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최종 단계로 평가된다.

올해 루빈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한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HBM4를 물색하기 위해 강도 높은 품질 테스트를 실시해 왔다. 그리고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제품을 상대로 SIP 테스트를 시행했다.

엔비디아는 HBM4를 로직 칩과 함께 패키지로 구성해 전기적, 물리적, 기능적 특성을 테스트 한 결과, 삼성전자의 샘플 제품이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확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로부터 삼성 HBM4의 성능이 경쟁사 제품보다 매우 우수하다고 호평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차별화된 혁신 기술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핵심 기술이 적용된 HBM4 샘플은 이미 고객사에 전달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개발 중이다”며 “1c 기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은 HBM4에 대한 자체 성능 테스트(PRA)를 완료하고, 양산 준비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PRA는 제품 출하 직전 단계로, 이를 완료했다는 것은 수율과 성능을 충족했음을 의미한다.

엔비디아로부터 HBM4 부문에서 최고 성능을 인정 받은 삼성은 경쟁사에 내줬던 HBM 패권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다지게 됐다.

아직 HBM4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가운데, 이번 평가로 삼성전자의 HBM4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공급망에 가장 먼저 진입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삼성의 약진은 향후 글로벌 HBM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HBM 1등인 SK의 턱 밑까지 바짝 추격하거나 아예 역전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닌 셈이다.

2025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SK하이닉스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또하나의 호재가 날아들었다. 최근 엔비디아가 HBM4 요구 수준을 더욱 상향하고 나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주요 메모리 업체들에게 첨단 AI 반도체 루빈에 장착할 HBM4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핀당 11Gbps 이상으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HBM4 샘플을 다시 제출했다”며 “엔비디아의 더욱 엄격해진 요구 사항에 맞춰 설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요구 수준을 가장 먼저 충족할 곳은 삼성으로 지목됐다. 트렌드포스는 “HBM4에 1c 공정을 최초 도입한 삼성이 가장 먼저 루빈 공급망에 들어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SK의 경우, 이미 업계 최고 속도인 11.7Gbps를 구현한 데 이어 이를 뛰어 넘는 HBM4 개발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는 만큼,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첨단 AI 반도체 각축전 속 차세대 HBM4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이라며 “HBM 리더십을 발판 삼아 HBM4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SK는 전 세계 HBM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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