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 임단협 잠정 합의 단계 도달
‘성과급 일부 주식 지급’ 쟁점 해소 여부에 이목 집중
적자 때 임금 일시 조정 방안 놓고 노사 타협점 모색
통합노조 반발은 변수…“기존 성과급 합의 지켜낼 것”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속앓이를 하다 자사주와 현금을 각각 일정비율로 지불하는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자칫 파업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SK하이닉스 노사는 하루 전인 18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대표자 교섭을 열고, 올해 임단협 타결을 위한 막판 협상에 나섰다. 이들은 19일 새벽까지 협상을 진행한 끝에 잠정 합의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가 서로 평행선을 달리던 의견차를 상당 부분 좁힐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잇따라 열린 교섭에서 임단협 타결을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앞서 지난 11일 6차 교섭을 시작해 하루 뒤인 12일 새벽까지 협상을 진행했다. 같은날 오후에도 다시 만나 타협점을 찾는 데 매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광복절 연휴 기간인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간 마라톤 교섭도 벌였다.
연쇄 협상을 통해 SK하이닉스 노사는 마침내 절충안을 모색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노조는 지난 17일 조합원들에게 교섭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일부 제반 사항에 대한 법률적 검토와 세부 실무 검토를 남겨두고 있으나, 주요 안건에 대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며 “교섭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18~19일 대표자 교섭에서 잠정 합의 수순에까지 다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현재까지 노사 간 정식 서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노사가 최종 잠정 합의에 성공한다면, 노조는 잠정 합의안 내용의 세부적인 문구 등을 정리해 긴급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대의원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조합원들에게도 세부 내용이 전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노사의 잠정 합의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하고 있다.
그간 노사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성과급 제도 개편, 임금 조정 등을 놓고 협상을 이어 왔다. 특히 성과급 일부를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교섭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9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하되, 개인별 성과급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년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PS는 ‘생산성격려금(PI)’과 함께 SK하이닉스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이같은 기준에 따라 올해 초 SK하이닉스 직원들은 2025년도 PS로 억대 성과급을 수령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영업익은 약 47조2063억원에 달했던 만큼, 전체 영업익의 10%인 4조7206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됐다.
4조7000억원을 웃도는 재원을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수 3만4549명으로 나눠보면, 1인당 약 1억3663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해년도에 80%만 지급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직원 1인당 1억900만원대의 성과급을 손에 쥔 것으로 계산된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익 전망치는 무려 266조6475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영업익 대비 464.9% 늘어난 수치다. 이를 고려할 때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내년 초 수령하게 될 PS 역시 6~7억원 수준으로 대폭 불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이를 두고, 사회 곳곳에서 억대 성과급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정부도 ‘영업익 N% 성과급’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관훈 토론회에서 “회사의 주인은 주주고, 그에 준하는 것이 리스크를 지는 투자자다”며 “그런데 성과급 논쟁에서는 정작 주주와 투자자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SK의 수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지난달 중순 “성과급이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에게 실제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사측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관철시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는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할 경우, 주가 변동에 따라 실제 보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조합원들이 성과급으로 받은 자사주의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 내부에서는 성과급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이처럼 첨예한 갈등을 빚어 온 노사가 최종 담판에서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비율을 어느 정도로 조율했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매도 제한 기간이 어떤 수준에서 합의됐는지도 큰 관심사다.
뿐만 아니라 임금 조정 방안에 대한 노사 간 입장 차도 꽤 컸다. 사측은 적자 발생 시 임금을 일시 조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임금 인상은커녕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받았다.
업계는 잠정 합의안에 임금 조정과 관련해 어떤 내용이 담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 청주 M15. <사진=SK하이닉스>
일각에서는 현재 사측과 교섭을 진행 중인 기존 노조와 별도로 전임직(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거대 통합 노조의 출범으로 인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통합노조는 지난 13일 공식 출범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통합노조 조합원 수는 3206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 전체 직원 수 3만4549명의 9.3%에 달한다.
통합노조는 출범 당시 SK하이닉스 내부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성과급 갈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존 합의된 성과급 제도를 지켜 내겠다는 입장이다.
통합노조측은 “기존에 합의한 PS 지급 내용과 적용 기간을 재확인할 것이다”며 “성과급의 전부 또는 일부를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변경해 지급하려는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사측의 제안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 규칙 변경 등에 해당하는지 살피겠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집단적 동의가 필요한지 검토한 후에 적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기존 노조와 사측 간 잠정 합의안에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될 경우, 통합노조를 주축으로 많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맞닥뜨릴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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