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해킹사태]② “차라리 피해보상 안 받는다”…보상 신청 14% 그쳐, “복잡한 인증, 고객 두 번 괴롭혀”

시간 입력 2026-11-01 07:00:00 시간 수정 2026-10-30 17: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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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 피해자 약 1953만명 중 14.1%만 신청… 복잡한 본인인증·재가입 ‘신청 장벽’ 작용
CI 유출에 1인당 2만원 상당 쿠폰·보험 보상… 피해자들 “셀프 신청 폐지·자동 보상” 촉구
2차 신청 마감에도 절차 경직성은 과제…“피해자 중심 보상 설계 구조 마련돼야”

티빙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보안 투자 확대와 피해 보상안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보보안 관리 부실, 해킹 사태 이후 위기관리 능력 부족, 형식적인 피해자 구제안 등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신뢰 회복을 위해 넘어설 과제가 산적해 있다. 티빙 해킹 사태를 둘러싼 플랫폼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보고, 정보보안 관리체계 정비 및 실질적인 보상안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티빙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보상안이 너무 미흡하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보상 규모보다 먼저 짚어야 할 질문은 피해자가 실제로 그 보상을 받을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보상을 자동 지급하지 않고 이용자의 직접 신청과 본인인증, 탈퇴 회원의 재가입을 요구한 결과, 추정 피해자의 14.1%만 신청하는 데 그쳤다. 보상 액수가 적정한가를 떠나서, 피해 고객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이 티빙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개인정보 유출 피해 보상 신청자는 총 275만203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티빙이 지난 6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한 개인정보 유출 추정치(약 1953만명)의 14.1% 수준이다.

티빙이 제시한 보상 패키지는 △프리미엄 시청 환경 3개월 △해킹·피싱 안심보험 1년, △웨이브 광고형 스탠다드 1개월 이용권 또는 CGV 5000원 할인 쿠폰(연장 기간엔 제공X) △티빙 포인트 50P 등으로 구성됐다. 신청 건수 기준 티빙이 산정한 보상 소요 예산은 약 550억4060만원으로, 1인당 환산 시 약 2만원 상당이다.

주민등록번호에 맞먹는 연계정보(CI)와 암호화 키까지 유출된 사안에서 보상의 상당 부분이 포인트·쿠폰·시청 기능·보험으로 구성된 점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다만 비현금 보상이라는 형태 자체가 곧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쿠팡 역시 현금 대신 5만원 상당 구매 이용권을 지급했고, SK텔레콤은 통신요금 할인 등을 보상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차이는 보상을 위한 ‘접근성’에 있다. SK텔레콤은 약 2300만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면서, 통신요금 할인 등을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적용했다. 쿠팡도 자동 지급 중심으로 운영됐다. 반면 티빙은 비현금 혜택을 제시하면서, 피해자가 직접 신청하도록 했다. 심지어, 기존 회원 이탈 고객은 다시 재가입 해야 하는 번거로움 까지 감내해야 한다.

티빙 이용자는 홈페이지나 앱에 로그인한 뒤 ‘MY’ 메뉴의 보상 신청 페이지에서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본인인증과 혜택 선택을 거쳐야 한다. 고객센터를 통한 대리 접수는 지원되지 않는다.

본인인증은 중복 신청과 부정 수령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로 이미 불안을 겪은 이용자에게는 ‘개인정보를 다시 제공하고 보상을 받는다’는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상을 받기 위해 또 다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구조 자체가 신청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특히 탈퇴 회원에게는 장벽이 더 컸다. 티빙은 본인 확인과 기존 정보 대조를 위해 재가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서비스를 떠난 이용자에게 계정 재생성과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구조는 사실상 보상 포기를 유도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티빙 이용자 이 모(30) 씨는 “프로야구를 독점으로 중계하는 탓에 가입했는데 1년 만에 개인정보까지 털렸다”며 “피해는 이용자들이 입었는데 일일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청까지 해야 한다.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티빙은 지난 9월 3일 오후 4시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설명회를 열고 공식 사과와 함께 정보보안 강화 방안 및 고객 보상 계획을 공개했다. 사진은 최주희 티빙 대표. <사진=진채연 기자>

보상 항목의 사용 조건도 문제로 지적된다. 

티빙 포인트는 티빙 내 개별 구매 콘텐츠 결제에만 쓸 수 있고, CGV 할인 쿠폰은 12월 31일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프리미엄 시청 기능의 경우 기존 유료 구독자에게 실질적 의미가 크지만, 티빙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피해자에게는 가치가 제한적이다. 해킹·피싱 안심보험 역시 1년간 최대 300만원을 보장하지만, 이는 지급될 현금이 아니라 보장 한도다. 실제 보험금을 받으려면 향후 피해가 발생하고 지급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 9월 티빙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자 대표 A씨는 “국민의 77%에 달하는 3954만 계정과 개발 코드까지 유출된 대형 참사인데 피해자가 왜 기간을 놓쳤다고 제외돼야 하며, 탈퇴자가 보상을 받으려 또 개인정보를 넘기고 재가입 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는 보상 제도의 설계가 피해자의 실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티빙은 신청률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자 신청 기간을 10월 30일까지 연장하고, 미신청자를 대상으로 추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간 연장만으로 신청 장벽이 해소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안내가 충분했는지, 신청 절차가 단순했는지, 탈퇴 회원에게 다른 방식의 신청 경로를 제공했는지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

티빙은 추가 신청 이후에도 선택한 보상 항목을 변경하거나 지급 계정을 바꿀 수 없다고 안내했다. 연장 기간이 끝나면 추가 신청도 불가능하다. 이는 보상의 ‘기회’를 넓혔지만, 절차적 경직성은 그대로 유지한 셈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사측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와 정부의 강력한 제도 개선을 위해 4가지 핵심 요구안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CI 등 고유 식별 정보의 인증 즉시 파기·분리 보관 의무화 △ 셀프 신청 폐지와 자동 보상 △과징금 일부를 피해 구제 기금으로 전용 △책임자에 대한 형사 책임 강화 등이다.

특히 ‘자동 보상’ 요구는 피해자들이 일관되게 요구하는 사항이다. 피해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 구조는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결국 보상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자동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티빙의 2차 보상 신청이 마감된 가운데, 최종 신청률이 어디까지 오르는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 유출 보상이 ‘기업이 준다’는 선언이 아니라 ‘피해자가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위에 설계됐는가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고객분들께 최대한의 보상과 함께 2차 피해를 예방하도록 보안에 철저히 투자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보상 프로세스 절차와 보안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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