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누스 M&A 주도 현대百, 현금 보다 청사진 '우선'

시간 입력 2022-03-23 07:00:10 시간 수정 2022-03-22 17: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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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인수대금·3자 배정 증자 참여…총 8947억원 투입
프리미엄 리빙 사업 이미지 구축 탄력…지누스 중고가 저변 확대
지누스·리바트 개별 온라인 사업 집중

▲ⓒ<사진제공=지누스>

그간 현대백화점그룹 인수합병(M&A)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금'이었다. 현금성자산이 풍부한 계열사가 인수를 주도해야 차입금 등 외부에서 자금 조달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공식과 이번 현대백화점의 지누스 인수는 대조적이다. 현금성자산은 현대홈쇼핑이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인수를 주도한 것은 리빙 사업에 대한 그룹의 전략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전문몰' 방식의 이커머스 전략상 현대리바트, 현대L&C 등 리빙 계열사가 인수를 주도할 필요성도 낮다.

22일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창업주 이윤재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3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대가로 7747억원을 건네고, 같은 날 지누스가 추진한 3자배정 증자에 참여해 별도로 12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백화점은 총 8947억원을 지누스에 투입하는 셈이다. 최근 4년간 번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현대백화점이 M&A 선봉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백화점 사업이 보복 소비 효과로 호황을 누려 손에 쥔 이익과 현금도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 현대백화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56억원에 그친다. 수익증권 등을 처분해도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은 약 3000억원이다.

유동성은 현대홈쇼핑(5024억원)이 더 풍부하다. 현금성자산은 현대백화점그룹이 M&A를 추진하면서 우선 순위로 고려하는 사항이다. 과거 현대리바트, 현대L&C, 현대바이오랜드 등 M&A 사례를 보면 당시 재무적 여력이 되는 계열사들이 인수 주체로 나섰다.

현대백화점이 지누스를 인수한 이유는 리빙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은 인수 후 중저가 위주인 지누스의 사업 모델을 중고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누스 온라인몰에서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싱글 사이즈 매트리스 가격은 20만원 내외 수준이다. 퀸 사이즈 역시 인기 제품 가격은 20만~40만원대다.

지누스의 매트리스 사업 저변 확대와 백화점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잘 맞아 떨어졌단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5억원 상당의 스웨덴 브랜드 해스텐스의 침대를 판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수면 시장이 커지면서 프리미엄 가구에 대한 수요가 꽤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

현대리바트도 백화점이나 프리미엄아울렛 등 프리미엄 영업망을 확충하고 고급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쓰고 있다.

향후 현대백화점은 슬립테크(수면 기술) 전문 기업에 대한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지누스 인수로 리빙 부문 온라인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지누스는 '아마존 매트리스'로 유명해 글로벌 인지도가 상당한 곳이다. 통합몰을 구축하지 않고 계열사별 온라인 경쟁력 구축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과도 잘 맞는다.

지누스와 현대리바트 간 온라인몰 통합도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 투 트랙으로 운영하면서 개별 온라인몰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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