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노 “사측 대화 의지 없어…2차 무기한 총파업 선언”
11일 8인치 라인서 파업 참여 독려…HBM 라인도 유도
파업 규모 확대 땐 생산 차질 불가피…AI 칩 양산 초비상
삼성전자 노조가 창립 55년 만에 사상 첫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총파업의 목적을 ‘생산 차질’로 못박은 전삼노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24시간 가동체제를 갖춰야 하는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2분기 10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AI(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10일부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당초 노조는 8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간 1차 파업을 진행한 뒤 15일부터 닷새 간 2차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획을 수정해 이날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1차 파업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대화 의지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이날부터 곧바로 2차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분명 반도체공장의 생산 차질을 확인했다”며 “파업이 길어질수록 사측은 피가 마를 것이고, 결국 무릎을 꿇고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올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전삼노는 “우리의 목표와 승리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조합원 여러분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전 조합원이 함께 힘을 모아 우리의 권리를 지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덧붙였다.
이날 전삼노는 조합원들에게 지침도 전달했다. 전삼노는 무기한 총파업 지침으로 △지치지 않기 △집행부 지침 전까지 절대 출근 금지(휴일 출근·특근·지근 등 포함) △파업 근태 사전 상신 금지(교섭 타결 후 상신) 등을 당부했다.
전삼노는 이날 무기한 총파업 선언에 이어 하루 뒤인 11일부터 파업 동참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과 이현국 부위원장은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11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8인치 라인 앞에서 파업 참여 홍보 활동을 진행하겠다”며 “이후 평택캠퍼스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라인 파업 참여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전삼노측은 “특히 AI 메모리로 급부상 중인 HBM 포토(장비)를 세우면 사측에서 바로 피드백이 올 것이다”며 “나아가 EUV(극자외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라인도 멈추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 노조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무기한 총파업 참여를 요청하고 나선 것은 앞서 파업의 목적으로 못박은 ‘생산 차질’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전삼노 관계자는 앞서 지난 8일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반도체 공장 자동화와 상관없이 설비, 점검 등 관련 인원이 없으면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압박한 바 있다.
전삼노의 이같은 선언으로 실제 8인치 라인은 오피스(사무직) 직원들이 대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손 위원장은 “사측이 8인치 라인에 오피스 직원들을 갈아 넣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의 생산 차질, 품질 사고 등 사례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8인치의 경우 긴급 로트(lot)만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반도체 생산 차질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무기한 총파업에 동참하는 조합원 수가 늘어나고 파업기간이 장기화 되면 실제 삼성 반도체 생산 차질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서 1차 총파업 당시 전삼노는 6540명의 조합원이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사전에 실시한 총파업 설문 조사에 참여한 8115명 가운데 6540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에서만 5211명이 참가했다고 강조했다. 또 반도체 핵심 생산라인인 기흥·화성·평택캠퍼스에서 총파업에 나선 조합원은 4477명이나 된다고 전했다.
2차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 전삼노가 파업 참여 조합원 수를 빠르게 늘려 나갈 경우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3교대로 돌아간다. 따라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근무조를 조정하는 등의 임시방편을 통해 생산라인을 일시 가동할 수 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데 무리가 따른다. 결국 삼성 반도체 양산에 비상등이 켜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 노조의 파업 리스크는 최근 반도체 훈풍을 타고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을 꺾게 만들 수도 있다.
5일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700억원 대비 무려 15배나 폭증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긴 것은 2022년 3분기(10조852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노조가 강도 높은 파업에 돌입하면서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은 삼성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큰 경영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세계 1위를 놓친 적 없던 삼성이 AI 시대 속 급부상하고 있는 HBM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경쟁사에 내줬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은 HBM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최근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품질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노조의 파업에도 현재까지 반도체 생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파업으로 인한 결원에 대해서도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생산 차질이 없도록 신경 써서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와의 대화 재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