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저전력 D램 시장 ‘후끈’…삼성·SK,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 경쟁

시간 입력 2024-08-06 17:46:29 시간 수정 2024-08-06 17:46:29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AI 반도체 수요 증가 추세 속 전력 소모 문제 급부상
성능 뛰어나면서도 전력 효율 우수한 최첨단 D램 주목
삼성, 업계 최소 0.65mm 12나노급 LPDDR D램 양산
SK, 최고 속도 9.6Gbps 구현 LPDDR5T 상용화 성공
차세대 그래픽 메모리 GDDR7 주도권 다툼도 치열

삼성전자 업계 최소 두께 12나노급 LPDDR5X D램. <사진=삼성전자>

전 세계를 휩쓴 AI(인공지능) 열풍이 메모리 업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가오는 AI 시대에 발맞춰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데이터 연산·처리에 따른 막대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D램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성능·저전력 D램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소 두께 12나노급 LPDDR5X D램 12·16GB 패키지 양산을 시작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제품의 두께는 0.65mm로, 현존하는 12GB 이상 LPDDR D램 중 가장 얇다.

삼성은 업계 최소 크기 12나노급 LPDDR D램을 4단으로 쌓고, 패키지 기술과 패키지 회로 기판 및 EMC(반도체 회로 보호재) 기술 등을 최적화해 이전 세대 제품 대비 두께를 약 9% 줄이는 데 성공했다.

특히 패키지 공정 중 하나인 백랩(Back-lap) 공정의 기술력을 극대화해 웨이퍼를 최대한 얇게 만들어 최소 두께 패키지를 구현했다.

이번 제품은 얇아진 두께만큼 추가로 여유 공간을 확보했다. 이에 원활한 공기 흐름이 유도되고, 기기 내부 온도 제어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열 저항은 약 21.2%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온디바이스(On device) AI에 최적화된 LPDDR D램으로 평가 받는다.

온디바이스 AI는 발열로 인해 기기 온도가 일정 구간을 넘기면 성능을 제한하는 온도 제어 기능(Throttling)이 작동된다. 만약 기기에 삼성의 D램 신제품이 탑재될 경우 발열로 인해 해당 기능이 작동하는 시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이에 속도, 화면 밝기 저하 등의 기기 성능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는 이번 0.65mm LPDDR5X D램을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및 모바일 업체에 적기에 공급해 저전력 D램 시장에서의 위상을 더욱 높여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향후 6단 구조 기반 24GB, 8단 구조 32GB 모듈도 가장 얇은 LPDDR D램 패키지로 개발해 온디바이스 AI 시대, 고객의 요구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지속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장 부사장은 “고성능 온디바이스 AI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LPDDR D램의 성능뿐만 아니라 온도 제어 개선 역량 또한 중요해졌다”며 “삼성전자는 기존 제품 대비 두께가 얇은 저전력 D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업계 최소 두께 12나노급 LPDDR5X D램. <사진=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앞서 현존 최고속 모바일용 D램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업계 최고 속도인 9.6Gbps를 구현한 최첨단 모바일용 D램 LPDDR5T을 상용화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D램인 LPDDR5T는 SK하이닉스가 최초 개발한 버전으로, 8세대 LPDDR6가 출시되기 전 7세대인 LPDDR5X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앞서 지난해 1월 LPDDR5T 개발에 성공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모바일 AP 업체들과 성능 검증을 하며 제품 상용화를 준비해 왔다.

같은해 8월에는 대만 반도체 기업인 미디어텍이 출시하는 차세대 모바일 AP에 LPDDR5T 적용 전 성능 검증을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10월엔 미국 퀄컴의 최신 모바일 AP ‘스냅드래곤8 3세대 모바일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역대 최고 속도가 구현된 LPDDR5T는 스마트폰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메모리다”며 “앞으로 해당 제품의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모바일 D램의 세대교체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LPDDR5T 16GB 패키지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77GB다. 이는 FHD급 영화 15편을 1초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또한 LPDDR5T는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가 정한 최저 전압 기준 범위인 1.01~1.12V에서 작동해 전력 소모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SK는 최신 D램 개발 과정에서 ‘HKMG(High-K Metal Gate)’ 공정을 적용해 속도와 전력 효율성을 모두 높였다. 이에 차세대인 LPDDR6가 출시되기 전까지 모바일용 D램 시장에서 LPDDR5T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SK하이닉스는 LPDDR5T의 16GB 패키지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비보에 납품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마케팅담당 부사장은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스마트폰은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구현되는 필수 기기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모바일 시장에서 고성능, 고용량 모바일 D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AI 메모리에서 확보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D램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32Gbps GDDR7 D램. <사진=삼성전자>

이뿐만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그래픽 메모리도 잇따라 공개하며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 D램 시장의 포문을 먼저 연 것은 삼성전자다. 삼성은 지난해 7월 32Gbps GDDR7 D램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2022년 업계 최초로 ‘24Gbps GDDR6 D램’을 개발한 지 1년 만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그래픽 D램은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갖춘 16Gb 제품이다. 기존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는 1.4배, 전력 효율은 20% 향상됐다.

특히 이번 신제품에는 ‘PAM3 신호 방식’이 새로 적용됐다. PAM3 신호 방식은 기존 NRZ 방식보다 동일 신호 주기에 1.5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입출력 핀 1개당 최대 32Gbps의 업계 최고 속도를 구현했다.

전력 효율도 대폭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고속 동작에 최적화된 저전력 설계 기술을 탑재해 전력 효율을 20%나 끌어올렸다. 노트북 등 저전력 특성이 중요한 응용처를 위해 초저전압을 지원하는 옵션도 제공키로 했다.

열전도율이 높은 신소재를 EMC 패키지에 적용하고, 회로 설계를 최적화해 고속 동작으로 인한 발열도 최소화했다. 이에 기존 GDDR6 D램 대비 열저항이 약 70% 감소됐다. 고속 동작에서도 안정적인 품질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배용철 부사장은 “‘GDDR7 D램’은 워크스테이션, PC, 노트북, 게임 콘솔 등 우수한 그래픽 성능이 요구되는 응용처에서 더욱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며 “프리미엄 그래픽 시장 수요에 맞춰 적기에 상용화해 차세대 그래픽 D램 시장을 지속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차세대 그래픽 메모리 GDDR7. <사진=SK하이닉스>

후발 주자인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차세대 그래픽 메모리 GDDR7을 최초로 선보이고, 올해 3분기 중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DDR은 JEDEC에서 규정한 그래픽 D램의 표준 규격이다. 최근에는 그래픽을 넘어 AI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고성능 메모리로 주목 받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그래픽 처리에 특화된 성능과 빠른 속도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D램인 GDDR에 대한 글로벌 AI 고객사의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다”며 “SK는 이에 맞춰 현존 최고 성능의 GDDR7을 올 3월 개발 완료하고,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GDDR7은 이전 세대보다 60% 이상 빠른 32Gbps의 동작 속도를 구현한다.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0Gbps까지 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빠른 속도를 내면서도 전력 효율은 이전 세대 대비 50% 이상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SK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초고속 데이터 처리에 따른 발열 문제를 해결해주는 신규 패키징 기술을 도입했다.

또 패키지에 적용하는 방열 기판을 4개 층에서 6개 층으로 늘리면서도 제품 크기는 유지했다. 패키징 소재로는 고방열 EMC(Epoxy Molding Compound)를 적용했다. 이에 최신 그래픽 D램의 열 저항은 이전 세대보다 무려 74% 줄어들었다.

이상권 SK하이닉스 D램PP&E담당 부사장은 “압도적인 속도와 전력 효율로 현존 그래픽 메모리 중 최고 성능을 갖춘 SK하이닉스의 GDDR7은 고사양 3D 그래픽은 물론 AI, HPC(고성능 컴퓨팅), 자율주행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이어 “뛰어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메모리 라인업을 한층 강화하면서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AI 메모리 솔루션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